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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체 브랜드, 인디 브랜드, 노 브랜드의 엇갈린 운명

Ali처럼 소비자들의 신뢰를 받는 제품은 예외지만, 번들 헤어는 주로 브랜드 없이 판매된다. 소비자들도 레거시 (Legacy) 브랜드로 규명되는 기존의 유명 브랜드보다는 가내수공업처럼 만든다는 이미지를 주는 인디 브랜드로 눈을 돌렸다. 그런 소비패턴의 변화 속에서 브랜드 이름도 없애고 도매나 소매업체를 통하지 않고 공장과 소비자가 직접 거래한다는 개념의 브랜드래스 (Brandless)가 혜성처럼 나타나기도 했다. 마케팅 경비나 중간업자를 모두 없애고 질 좋은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공급한다는 브랜드래스의 아이디어는 분명 신선했다. 소매업을 강타할 것이라는 위협까지 느끼기에 충분했다.

노 브랜드의 운명

재일 동포 손정의 대표의 소프트뱅크도 그런 브랜드래스의 가능성에 매료되어 2018년 7월에 2억4,000만 불이라는 엄청난 돈을 투자했다. 소비자 개개인의 취향을 빅데이터로 모아 각자의 취향에 맞는 제품을 이 회사가 알아서 우편으로 보내준다는 개념, 질 좋은 뷰티용품을 $3에 판매한다는 가격경쟁력에 대한 기대는 단 2년 만에 무너지고 말았다. 소프트뱅크는 지난 2월 브랜드래스 문을 닫겠다고 밝히고 회사를 정리하고 있다.

인디 브랜드의 운명

대기업이 아닌 일개 개인이 만들어 파는 제품을 인디 브랜드라 말한다. 어느 의사가 만든 스킨케어 제품, 어느 여대생이 만든 화장품, 어느 엄마가 만든 아이들 샴푸, 어느 미용사가 만든 헤어케어제품 등이 주인공들이다. 성공한 인디 브랜드의 공통점을 보면 소비자의 감정을 자극하는 스토리가 있다. 아프리카에서 유학 온 남자가 아파트 부엌에서 만든 제품을 뉴욕의 길거리에 가지고 나와 판매해 성공했다는 스토리 덕에 뜬 제품이 바로 Shea Moisture다. 제품의 이미지도 올가닉한 느낌을 주면서 클레식 하게 보여 소비자들이 사랑을 받기에 충분했다. “요즘 잘 팔리는 제품은 거의가 인디 브랜드다”라는 말이 나올 만큼 인디 브랜드의 운명은 해피하다.

인디 브랜드는 소매점을 더 어렵게 하기도 한다. 카탈로그 한 권 놓고 필요한 제품을 모두 한 도매상에 주문하던 편리가 사라지고 제품별로 여러 회사에 따로따로 주문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한동안은 Ultra Standard 사가 여러 인디 브랜드 제품을 취급하면서 그런 불편을 덜어 주기도 했지만, 독점권 요구가 심해지면서 인디 브랜드가 하나둘 떠나면서 그마저의 편리도 줄어드는 추세다. 상황이야 어찌 되었거나 인디 브랜드는 대세를 이어가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커나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자체 브랜드의 운명

한 사람이 여러 개의 대형 소매점을 운영하게 되면서 자체 브랜드 제품도 늘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전국 곳곳에서 몇몇 소매점이 자체 브랜드 제품을 만들어 출시하고 있는데 쉐어버터와 같은 간단한 로션 제품이나 큰 통에 담긴 코코넛 오일을 소비자가 가게에서 직접 병에 담아갈 수 있는 단순한 제품은 만족할 만한 결과를 만들어 내고 있다. 하지만 기능이 분명한 제품은 소비자들이 느끼는 군중심리 때문인지 아직은 성공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번들 헤어의 경우는 중국공장에서 직접 사다 파는 소매점들도 많다. 안타깝게도 중국공장의 신뢰수준이 한인들과는 크게 달라 제품의 품질이 들쭉날쭉 대는 부작용도 경험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주로 판매하는 소매점은 핫할 것 같은 제품에 자체 브랜드 상표를 붙여 공장에서 직접 만들어 오는 경우도 있다. 제품을 개발한 회사의 저항을 받으면서 다른 제품 공급에 차질이 생기게 되고 그로 인해 사세가 줄어드는 케이스도 있다. 결론적으로, 자체 브랜드는 아직도 높은 가능성을 갖고 있는 게 사실이지만 성공 비율보다는 실패할 비율이 높은 것만큼은 확인되었다.

위에서 소개한 세 가지 브랜드 형태를 통해 본 소비자들의 심리는 단적으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 복잡하다. 독창적인 것을 좋아하는 것 같으면서도 매우 대중적인 것을 구매하고, 가격에 매우 민감한 것처럼 보이면서도 결국에는 값비싼 제품이 더 잘 팔리는 기이한 결과도 보인다. 연령층마다 심리도 크게 달라 무엇이 옳다고 정의하기 어려운 것이 브랜드를 개발하는 회사들의 고민이고, 제품을 선택해야 하는 소매점의 고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