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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준 부모 따로, 효도 받는 부모 따로

도화선에 불이 붙고 말았다. 루비콘 강을 넘은 것인가?

성수기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상반기 매상은 올해도 실망스럽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플로리다 시장을 완전히 잠식한 몇몇 중동계 이민자 소유의 대형가게 체인이 애틀랜타, 텍사스, 인디애나 등으로 나뉘어 영역을 확장해 가고 있다. 지역 상권 보장을 조건으로 덩치를 키운 헤어회사는 가뭄에 단비처럼 반가워 할지 몰라도 목까지 찬 중소형 소매점의 분노는 억제하기 어렵다.

뷰티 익스체인지가 (이하 BE) 애틀랜타에 첫 가게를 개점했다. 이 회사 홈페이지에 따르면 19번째 매장이다. 애틀랜타에서도 장사가 잘된다고 소문난 한인 소유의 가게 길 건너다. 가까운 곳에도 이미 여러 개의 경쟁 가게가 자리잡고 있는 곳이다. 입점 위치가 사람들 발걸음이 끊긴 쇼핑센터라서 약 1년은 렌트비 부담도 없을 것 같다는게 지역 상인들의 분석이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19개 대형 가게를 소유한 바잉파워도 만만치 않지만 렌트비에서 아낀 돈으로 가격 공세를 퍼부을 수 있으니 파장이 커질 것이 분명하다. 이 체인점 매출은 왠만한 헤어회사 매출액보다 크다. 고가의 헤어나 후드 드라이어를 1센트에 판매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잭슨빌 매장이 오픈할때는 경찰이 최루탄을 쏘아 몰려든 군중을 해체시켜야 했을 만큼 위력적인 가게다.

그런 배경에서 플로리다의 악령이 애틀랜타에서 재연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크다. 사실 알고보면 BE사는 플로리다 시장을 평정할때보다 19배 더 커진 상태다. 어쩌면 플로리다에서 보다 더 무서운 파괴력을 보여줄지도 모른다. BE사가 시작한 이 경쟁은 물 속에 들어가 누가 더 오래 숨을 참을 수 있는지의 무모한 경쟁과도 같다. 오래 숨을 참지 못하면 익사하고 마는 결과로 종결되는 무서운 싸움에서 그만큼 큰 산소통을 쥐고 있다는 점이 이들의 장점이다.

이제 나타날 다음 현상은 불을 보듯 뻔하다. 기존 소매점은 헤어회사에 물건을 빼라, 마라의 논쟁을 벌일 것이고, 헤어회사는 “절대 준 것이 아닌데 어떻게 들어갔는지 모르겠다. 최선을 다해 문제를 해결해 보겠다”고 말할 것이다. 마치 물건을 뺄 것 처럼 모션을 취하다가, “우리 제품을 더 싼 값에 드릴테니 가격으로 경쟁해서 이기시면 되지 않겠느냐?”며 물건만 더 팔고 어카운트만 늘리려 할 것이다. 이렇게 단정적으로 말할 수 있는 것은 반복적으로 되풀이된 삼류영화의 재방송 같기 때문이다.

이번 재방송의 주인공은 헤어존 이다.

BE사가 오픈한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하면서 인근 소매점 주인들은 지역상권에 대한 권리를 근거로 헤어존 사에 상권보호를 견고히 지켜줄 것을 요구했다. 플로리다 시장에서 기존의 한인 뷰티서플라이들이 힘도 써 보지 못하고 줄줄이 문을 닫게 했던 BE가 헤어존을 비롯한 선태양 계열사 제품을 메인으로 쓰면서, 파격적 세일을 저질러 왔기 때문 이다. 헤어존도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미 그 이전에 BE사 측 경영인들이 각종 트레이드쇼 등에서 헤어존 고위급 간부들을 만나 “애틀랜타로 들어 갈테니 제품을 공급해 달라”고 부탁했지만, 헤어존 측에서도 기존의 거래처가 있어 어렵다는 입장을 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낸시 리 헤어존 전무는 이에 대해, “플로리다에서 이미 사업적으로도 충분히 정착되었고, 애틀랜타 지역은 이미 과포화상태인데 실제 들어가면 실패할 가능성도 크다”고 설득하면서, 기존 거래처가 있어 제품 공급이 불가하다는 헤어존 사의 입장을 전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막상 BE가 오픈하고 보니 헤어존 사의 제품이 마치 메인 브랜드 처럼 매장을 채우고 있었다. 결국 지역상권이 깨어지고 헤어존 제품이 허가도 받지 못한 가게에 버젓히 걸려 원가 이하로 판매되는 악몽이 현실로 나타나고 말았다. 그런데 깊이 생각해 볼 사실은 애틀랜타 소매점도 이미 그럴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만큼 선태양 그룹의 계열사들이 소매점 신뢰를 잃었다는 증거가 아닐까?

낸시 리 전무는, “한국사람들도 제품 안주면 날라다 (다른 지역의 가게에 공급한 제품을 허가 없이 가져다 놓는다는 의미) 팔 곤 하는데 그 분들도 그렇게 날라다 놓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애틀랜타 소매점들 사이에서는 BE가 오픈하기 전에 이상한 소문이 돌고 있었다. “헤어존 사가 애틀랜타로 직접 보내줄 수 없으니 BE사의 플로리다 가게로 제품을 보내고 트럭 운송비는 헤어존 사가 부담하겠다”는 협의가 이미 구체적으로 정해졌다는 소문이었다. 소문의 출처는 BE사와 거래를 하는 다른 헤어회사 영업사원이 BE사 경영인에게서 직접 듣고 퍼트린 것으로 보인다. 헤어존 사는 절대 사실이 아닌 유언비어라고 일축했다.  

낸시 리 전무는, “몇몇 소매점 주인이 익스체인지를 (BE) 직접 방문해 저희 제품을 보신 것 같다. 세트 판매 수준으로 제품이 갖추어졌다고 항의해 오셨다”고 말하면서, “헤어존 책임자가 직접 가서 보아도 세트 판매한 것처럼 제품을 많이 날라다 놓은 것은 사실이다”고 설명했다. 회사를 방문한 지역 소매점 대표자들에게는, “해결이 안될 수도 있지만, 최선을 다해 해결해 보도록 노력해 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의문이 생긴다. 어떤 노력을 하겠다는 것일까? 그리고 어떤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 “해결이 안될 수도 있다”는 전제의 의미는 무엇일까?

헤어존 사의 Empire를 예를 들어 생각해 보면, Empire는 분명 헤어존 사가 소유하고 있는 브랜드다. 길 건너에서 이미 C & C Beauty & Beyond사가 지금까지 판매해 오던 브랜드다. 분명 Empire라는 브랜드가 지금처럼 유명해 지는 과정에는 C & C 의 역할도 컸음이 분명하다. 그런 노력을 끌어내기 위해 영업사원들은 “인근 다른 가게에는 제품을 넣지 않겠다”고 약속한다. 설령 그런 구체적인 약속이 정식 계약서의 형태나 문서로 이루어 지지 않았다 해도 이것은 어린 아이도 아는 상식적인 거래의 조건이다. 그런데 허락없이 날라다 놓고 판다면 Empire라는 브랜드를 소유한 헤어존 사가  그냥 빼라고 명령하기만 하면 되는 단순한 일이다. 만일 거부할 경우 법원에 가서 도움을 청해 보안관의 협조를 받아 제품을 압수하면 되는 단순한 일이다. 보통 이런 경우 법정에서 진상이 밝혀지기 전까지 딱지를 붙여 판매를 잠정 중단시킬 수도 있다. 그런데 왜 “해결을 장담할 수는 없지만”이라는 복잡한 전제 조건이 달라 붙는 것이고, 노력까지 해야 하는 어려운 문제가 되는 것일까?

헤어존 사측은 이에 대해, 영업 이사가 BE사를 찾아갔을때 마침 그 회사의 대표가 가게에 있어 이같은 헤어존의 입장을 강력히 전했다고 밝혔다. 그 과정에서 격한 언쟁까지 벌어졌다고 전했다. 어쩌면 문제 해결의 노력은 거기까지가 다 일지 모른다. 그렇게 강력히 시정을 요구했는데 어쩌겠느냐는 식의 결론. 그리고 영업 이사는 곧바로 영업사원과 함께 기존의 소매점들을 하나씩 찾아 나섰다. 이 기회에 장사를 해야 하기 때문일 지도 모른다. 어느 소매점에 찾아가 “제품을 싸게 공급해 드릴테니 경쟁해서 이기시라”고 권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쩌면 왜 그렇게 쉽게 풀릴 수 있는 문제가 어려워 지는지의 이유가 바로 이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싸움이 크면 클수록, 오래가면 갈수록 그만큼 먹을 것도 많아질 테니 말이다. 그런데 소매점들도 그런 사실을 이미 알고있는게 문제다. 양치기 소년의 이야기처럼 이미 여러번 당해 본 일이고 그 결과가 어떻게 되었는지도 알기 때문에 또 다시 나타난 양치기 소년에 속기는 커녕 이제는 야단을 칠 태세다.

물론, 이같은 문제의 해결책이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그렇게 쉽고 단순하지 않고 매우 복잡해 진 것도 사실이다. 도소매 양측이 비정상을 정상화 하다보니 서로의 관계가 꼬일 대로 꼬여 복잡해졌으니 말이다. 헤어존의 입장에서 보면 BE 사 나머지 18개 가게와의 거래에 미칠 영향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노릇이다. 이 대목에서 삼류영화에 빠지지 않는 단골 대사가 하나있다. “문제의 가게와 결별이라도 하면 회사는 손해를 보게 되는데, 그럼 다른 소매점들이 대신 물건을 사달라”는 조건. 헤어존이 그렇게 요구했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자주 등장하는 대사가 대충 그렇다는 말이다. 매 맞고 돈벌고 때려도 돈버는 조폭영화가 따로없다.

단순한 상거래가 왜 그렇게 복잡해진 것일까?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매우 보편적인 제품이 아닌 이상 상당수 제품이 이미 미국에서 딜러십, 독점공급권, 판권, 지역권리 등 다양한 이름으로 지역상권을 보호받고 있다. 그 공식만 따라했어도 단순해 질 수 있었던 문제다. 도소매 모두 어떻게든 돈만 벌면 된다는 생각에 상식을 비상식으로 만들어 놓아 부메랑으로 돌아온 아품이다.

헤어존 측에서도 안타까움을 표했다. “우리 변호사들에게 자문을 구해 보았지만 제품 판매를 거부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데 어쩌겠느냐”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연방거래위원회 (FTC)는 지정거래처에 독점권을 합법적으로 줄 수 있다고 정의하고 있다. 오히려 시장질서에 유익하다며 추천하고 있다. 헤어회사가 판매가격도 정해 소매점이 소비자 권장가를 준수하도록 할 권리도 있다고 되어있다. 가격을 담합하지 않고도 헤어회사가 마음만 먹으면 적정 가격이 지켜져 소매점이 지금처럼 제살 깎아먹기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다. 낸시 리 전무는 그런 사실을 믿기 힘들어 하는 표정이었다. “만일 그런 방법이 있다면 FTC의 가이드 라인을 보내달라. 그게 사실이라면 당연히 연구해 볼 가치가 있다”고 답했다. 헤어존 사의 이런 공식입장을 의심하고 싶지 않고 그 진정성을 믿기에 FTC의 가이드라인을 별도의 기사로 소개하고자 한다.  (FTC 기사 참조)

그런데 이상하다. 이전에도 이와 유사한 상황이 벌어졌을때는 아주 쉽게 헤어회사의 의지만으로도 기존 소매점의 권리가 지켜지기도 했으니 말이다. 힘없는 소매점은 아직도 헤어회사에 아무리 사정해도 헤어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런데 덩치 큰 가게는 법적으로 거부할 방법이 없다니 법이 고무줄도 아니고.

애틀랜타에 소재한 어느 소매점 주인은, “(지역 상권보호는) 아무리 말로 한 약속이라 해도 이렇게 쉽게 어길 수 있느냐?”며 허탈해했다. “썬태양이 계열사 몇 개씩이나 거느리는 대기업으로 크는데 우리가 그만큼 애쓰지 않았더라면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직접 일을 당하고 보니 플로리다에서도 힘없는 소매점들이 이런 식으로 배신을 당하고 망했겠구나하는 생각에 화병이 날 지경”이라며 비참한 심경을 토해냈다.

지역 소매점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애틀랜타 협회 김일홍 회장은 헤어존사에 “이미 들어간 물건을 어찌할 수 없다면 다만 가격이라도 파괴되지 않도록 협조해 달라”고 부탁했다. 기존 가게들 간의 팽팽한 경쟁 속에서 이미 이윤이 박한 처지다. 그런 열악한 상황에서 뷰티 익스체인지가 제품을 원가 혹은 원가 이하로 판매할 경우 소비자들로부터 괜한 오해만 사게 되고 이미 박리로 고생하고 있는 기존 소매점들이 오히려 바가지를 씌우는 파렴치한 상인들로 잘못 비춰질 것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일홍 회장의 그런 애절한 부탁마저도 헤어존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모양이다. BE사가 배포한 찌라시에 소개된 Empire 28 pcs 가격은 $5.99. 파격적이라는 온라인 판매 가격도 $10 정도인데 온라인보다 더 파격적인 덤핑 가격이다. 99센트인 Kanubia Easy 5와 Easy 3에 비하면 양호하다고 해야 하나?

김일홍 회장은 카카오톡을 통해 전국 각 지역 단체장들에게 애틀랜타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전하고 헤어존사에 최후 통첩을 보냈다. 정해진 기간까지 “문제가 정리되지 않을 시 회원들이 제품 리턴과 동시에 당분간 신규 오더를 하지 않기로 하였다”는 입장이다. 협회가 단체로 불매운동을 실시할 것이냐는 질문에, 김 회장은 “비상대책위원회는 협회뿐 아니라 여러 모임의 대표자들이 임시적으로 구성한 것이라서 단체적인 불매운동을 할 수도 없는 일이고, 참가자들 개개인이 피력한 전반적인 입장”이라고 전했다.

애틀랜타 지역의 몇몇 한인 소매점이 BE사 매장을 직접 찾아도 갔다. 책임자는 친절하게 차까지 대접하고 맞아 주었다. 원가 이하로 덤핑하면 기존의 소매점이 큰 피해를 볼 수 있으므로 상식적 수준에서 세일을 해 달라고 당부했다. 안타깝게도 냉담한 답을 듣고 돌아왔다.

이 삼류영화의 결론이 어떠한지는 누구나 쉽게 짐작할 수있다. “지난 수십 년 거의 매일 가게에 나가 일하면서 아이들 학교도 보냈고 이제는 나이도 들었으니 이 즈음해서 문이 닫혀도 상관없다”고 자신을 위로도 해보지만 그래도 그렇게 열심히 팔아준 회사로부터 받는 배신감은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이런 문제는 오로지 헤어존과 선태양 그룹에 제한된 문제만도 아니다. 다른 회사도 비슷한 입장이다.

뷰티 익스체인지가 타민족 이라서 거부하는 것도 아닌 것 같다. 애틀랜타 소매점들은 뷰티 익스체인지가 벌여 온 1센트, 99센트 등 터무니 없이 비상식적인 가격파괴를 두려워하고 저항하는 것이다. 김일홍 회장은, “우리가 같은 한국인이니까 헤어 회사들이 우리 편을 들어 달라는 것이 아니다”고 말한다. “소매점이 최소한의 반경 이내에서 만이라도 애써 홍보한 브랜드의 독점 판매권이 보장될 것을 기대하는 것은 상식적인 것 아니겠는가? 아무리 문서 없는 약속이라 하지만 최소한의 양심조차 가동되지 않는 우리의 자화상이 쓸쓸하게 보인다”고 말했다.

산불의 시작은 언제나 작은 불씨다. 모든 문제는 근본적 모순부터 바로잡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불씨가 날아들면 냉정하고 정의롭게, 합법적이고 도덕적으로 문제의 근본적 요소를 수술해 내야 새 살이 돋을 수 있다. 설령, 불씨가 본인 발등에 직접 떨어지지 않았다고 내 불씨가 아니라는 오해도 경계해야 한다. 뷰티서플라이를 운영하는 사람이라면 이것은 바로 내 발등에 떨어진 진짜 불씨가 맞다. 안타까운 현실은 불씨가 발등에 떨어지고 나면 이미 때가 늦은 시점이다. 남은 일이라고는 익사하지 않도록 숨을 참고 싸울 수 밖에 없는 냉혹한 현실앞에 서게된다. 자식이 부모를 무서워 하는 것은 매일 매질을 하기 때문이 아니다. 단, 한번 맞아본 매가 얼마나 아픈지를 알기 때문에 스스로 바른 길을 선택 하려한다. 정말 사랑하는 자식을 위해 매를 드는 용기도 필요하다. <장현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