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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스토어, 전문점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Cosmobiz 6월호 14-15쪽/

현실적인 교육 프로그램 마련 필요

손님이 가게 문을 열고 들어온다. 대부분의 뷰티 스토어가 그렇듯이 많은 부분 단골 손님이 있고, 서로 익히 알고 있는 물건을 사고 팔것이라는 암묵적 약속과 기대감이 있었다. 그래서 이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이들은 이미 문으로 들어서는 손님의 얼굴만 봐도 어떤 제품을 사고 싶어하는지, 어떤 질문을 던질지 쉽게 파악할 수 있었고 미리 대처할 수 있었다. 고객들의 제품에 대한 기대도 마찬가지였다. 늘 사용하던 물건, 늘 같은 선반에서 그 물건을 집어 값을 치르고 가게 문을 나서면 그만이었던 시대도 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뷰티스토어는 이 패턴에서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는 인식들이 점차 공유되고 있다. 속눈썹 하나만 보더라도 정말 다양한 종류의 제품 속에서 어느 것을 골라야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붙여야하는지에서 부터 어떤 부자재가 필요한지에 대한 질문까지. 상당한 내공이 없이는 고객이 그냥 툭 던지는 질문에 적절한 대답을 찾기 쉽지 않다. 여기에 언어의 장벽까지 더해지면 어느 순간 뷰티 스토어는 고객의 시선 속에서 단지 싼 값에 물건만 팔아치우는 장사치에 비전문적 장사꾼으로 전락하고 만다.

더욱이 요즘의 소비자는 어떠한가. 인터넷의 발달과 블로거등을 통한 정보의 교류는 소비자의 현명한 소비 활동을 촉진시키는 대신 넘쳐나는 신제품과 그에 따라 범람하는 정보의 바다에 빠져 허우적 거리게 만들었다. 너무나 쉽게 관심과 사랑이 그 바다 위를 표류하고 있지만 소비자는 상업적 동기가 아닌 스스로의 안목과 중립적 조언을 통한 주체적인 소비 활동을 하고 있다고 믿고 있는 듯하다.

이 시점에서 가만히 생각해보자. 우리의 고객들은 왜 우리 가게에 와서 물건을 사가는 것인가. 우리 뷰티스토어가 가진 매력이라는 것이 싼 가격뿐인 것인가. 사실 대다수의 이들은 원스톱 쇼핑이 가능한 편리함이 뷰티스토어의 가장 큰 메리트라고 꼽는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뷰티에 관한 모든 것을 이토록 완벽히 구비하고 있는 다른 곳이 있는지 생각해보면 해답이 보인다. 우리는 이렇게 특정한 분야의 모든 제품을 망라한 곳을 전문점(專門店)이라고 부른다. 뷰티와 관련된 모든 상품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뷰티 스토어야말로 가장 전문점다운 전문점이라고 할 수 있다.  

좋은 커피 전문점을 떠올려보자. 커피 전문점에는 커피 전문가가 있다. 커피 생산지 및 커피 원두에 대한 해박한 지식, 직접 좋은 원두를 고르고 또 직접 로스팅해서 그날 그날 최고의 커피를 내놓고 손님에게 어울릴 향긋한 커피를 추천할 수 있는 그런 커피 전문가를 우리는 커피 전문점에서 기대한다. 커피 전문점에서 마시는 커피는 별다방의 표준화된 커피와는 다른 특별함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하고 바리스타가 내려준 커피에는 기꺼이 몇 푼의 돈을 더 투자한다.

다시 뷰티스토어로 돌아와보자. 우리 가게는 뷰티 전문점인가? 고객의 헤어나 피부 상태에 따라 최상의 제품을 추천할 수 있고, 새로운 제품의 헤어는 어떤 방식으로 인스톨할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커피 전문점의 바리스타와 같은 뷰티 전문가가 있는가?

기사를 작성하면서 몇 몇 뷰티스토어의 경영인이나 매니저분들과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짧게는 몇 년에서 길게는 몇 십년 뷰티 스토어에 몸 담고 있으면서 다른 업종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긴 시간 현장에서 보고 배운 경험들이 켜켜이 쌓여 이제는 어느 정도 자신감을 갖고 장사에 임하고 계신 분들이었다. 그분들께 물었다. 현장에서 부딪히면서 제품 판매에 있어 꼭 알아야할 정보나 따로 받았으면 좋은 교육 프로그램이 있는지. 고객의 질문에 응대하기 위해 어디서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에 관해서.

많은 분들이 신제품에 대한 정보나 내용은 홀세일 업체의 책자나 세일즈 맨의 입을 통해 듣고 배우고 있다고 대답하였다. 잡지나 인터넷을 통해 짬을 내어 공부를 하기도 하며 틈틈히 제품 라벨을 미리 읽어두어 제품의 특성이나 성분, 디렉션에 대해 파악해놓으려고 한다는 대답도 있었다. 고객을 통해 새롭게 배우고 알게되는 내용도 많다는 대답도 이어졌다. 따로 교육이나 세미나가 필요하냐는 질문에는 이미 정보는 넘쳐나고 있기 때문에 이 정보를 어떻게 대하느냐는 시간의 문제이고, 개인적 노력의 문제이기 때문에 따로 필요한 것 같지는 않다는 대답이 다수였다. 오히려 그런 프로그램들이 생겼을 때, 시간을 더 투자해야 하는 부분이 훨씬 더 부담스럽다는 의견이었다. 더욱이 새로운 제품을 구매하기 까지는 정말 잘 팔릴 것이라는 확신이 있기 전까지 잘 움직이지 않는 편이며 어느 정도는 제품에 대한 전망을 갖고 있다는 입장이었다.

인터뷰에 응해주신 분들은 매장의 어느 곳에 무슨 제품이 얼마나 남아있는지, 또 어디서 어떻게 원하는 제품을 가장 좋은 가격에 살 수 있는지 훤히 꿰뚫고 있는 이들이었다. 하지만 이야기를 하면 할 수록 생각이 드는 것은 이런 정보들이 과연 가게 운영을 위한 정보인건지 제품에 대해 고객에게 알려주고 더 많은 셀링을 유도할 수 있는 지식인 건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물론 이러한 정보들이 개별 스토어들의 세일즈 전략이라서 공개할 수 없어서일 수도 있겠지만 고객에게 제품을 팔기 위해 알아야할 정보와 우리 가게에 좋은 제품을 구비하고 잘 정리하기 위해 알아야 할 정보는 엄연히 다르지 않을까. 장사가 설득의 미학이라면 무엇으로 고객의 마음을 돌리고 지갑을 열게 할 것인가.

커피 전문점의 바리스타는 어디서 사야 원두를 싸게 사는지, 어디 원두가 얼마나 남아있고 어떻게 관리해야하는지에 관한 고민보다 어떻게 하면 맛있게 콩을 볶고 더 좋은 커피를 손님에게 제공할 지를 고민한다. 그리고 콜럼비아산의 원두와 에디오피아산의 원두의 볶는 온도의 차이, 맛의 차이와 향기의 차이를 잘 안다. 그렇게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커피를 마시고 테스트했을지 상상이 된다. 다시 한번 묻고 싶다. 뷰티스토어에서는 자신이 팔고 있는 샴푸로 머리를 감아보았는지, 어떤 헤어 로션이 어떤 타입의 헤어에 적합한지 고민해보았는지를 말이다.

뷰티스토어는 그로서리 쇼핑을 위한 마켓이 아니다. 단지 어디에 어떤 제품이 있는지를 알려주는 것이 다가 아니다. 뷰티스토어가 뷰티 전문점이 되기 위해서는 전문 교육과 지식으로 무장되어야 한다. 고객이 물어보지 않는다고? 그건 우리의 대답에 대한 기대가 없어서가 아닐까. 우리의 소비자들이 우리에게 묻는 대신 인터넷에 묻고 있고 그 대답을 더 신뢰하는 순간, 우리는 그로서리 쇼핑 센터와 다름없게 된다. 전문점 다운 그윽한 커피 향기 진동하는 커피숍처럼, 우리 뷰티 스토어는 아름다움 뚝뚝 묻어나는 뷰티 전문점이 되고 있는지 돌아봤으면 한다. <김혜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