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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업계를 지키는 든든한 거목/Cosmobiz 5월호 96-97쪽/

B&P 뷰티스토어의 오동호 대표와의 만남

차나 와인은 오래 될 수록 깊은 맛을 낸다. 하지만 무조건 오래 둔다고 해서 명품의 가치를 가지는 것은 아니다. 좋은 온도와 관리가 수반되어야 참맛을 낼 수 있다. 사람도 마찬가지 아닐까. 오랜 세월 묵묵히 뷰티 업계를 지키는 든든한 나무로, 그리고 또 다른 이들에게 넉넉한 그늘을 내어줄 수 있는 커다란 나무로 명성이 자자한 B&P 뷰티 스토어의 오동호 대표를 만나 뷰티의 참맛을 내기까지 어떠한 인생의 여정을 걸어왔는지 들어보았다.

“얼마 전에 텍사스에 4번째 가게를 열어 필드에 복귀하고 요즘 눈코뜰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냅니다.” 즐거운 푸념으로 시작하는 인터뷰 내내 온화한 미소와 따뜻한 목소리를 잃지 않았지만 오동호 대표의 이야기에는 힘이 있었다. 그리고 오랜 세월 묵힌 경험과 지혜가 자연스럽게 묻어나는 진솔한 대화였다. 그와의 대화는 텍사스에 새로 가게를 오픈하게 된 계기에서부터 시작한다.

오동호 대표는 뷰티스토어를 4개나 소유한 뷰티업계의 거목이다. 그리고 그의 나머지 3개의 사업장은 멤피스에 있다. 그런데 4번째 오픈한 가게가 텍사스라고 하니 의아하지 않을 수 없었다. 텍사스에 B&P의 4번째 매장을 연 계기에 대해 그는 백인과 스페니쉬 시장에 대한 관심 때문이라고 답했다. 평소에도 에스닉 마켓에 대한 지대한 관심이 있었고, 수 년에 걸쳐 연구와 준비를 한 후 드디어 내디딘 첫발이 바로 텍사스 매장인 것이다. 단독으로 쉽사리 새로운 시장으로 뛰어들기에는 아직 위험 부담이 있을 수 밖에 없을 터. 그래서 그의 시작은 일단 백인, 스페니쉬, 흑인을 모두 아울러 접촉할 수 있는 지역에 진출하자는 것을 첫 포인트로 잡았고 텍사스라는 지역에 도달하게 된 것이다. 물론 아직까지는 시작이라 백인이나 스페니쉬를 위한 아이템은 상대적으로 빈약하다. 하지만 차츰 그 분야를 키워나가 뷰티스토어의 영역과 소비자층을 확대하고 싶어하는 오동호 대표의 포부는 큰 울림이 있었고 인상적이었다.

그토록 많은 가게를 동시에 운영하자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오동호 대표의 대답은 의외로 시원했다. 믿고 맡길 수 있는 훌륭한 직원을 채용하고 그에게 자신의 역량을 펼칠 수 있는 기회만 제공한다면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가 운영한 전체 직원수만 해도 각 가게에 7명이니 28명에 이른다. 작은 기업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그의 태도에는 겸손함이 넘쳐났다. 자신은 직접 매장 관리를 할 역량이 뛰어나지 않기 때문에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훌륭한 직원이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맡기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었다. 그 다음은 직원에 대한 신뢰가 중요하다고. 그는 “20년이 넘게 뷰티스토어를 운영하고 있지만, 가게의 운영을 매니저에게 일임하고 자신은 전면에 나서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한다. 믿어주는 대표와 노력하는 직원이 빚어낸 훌륭한 조합이 오늘날의 B&P를 만들어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매장을 관리하던 매니저들 중에는 자신의 가게를 열어 독립한 이들도 다수라고. “우리 가게 출신 오너들의 수도 상당수가 되요.” 그의 자랑스러움이 듬뿍 묻어나는 목소리와 대비되어 결국은 경쟁자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냐는 기자의 염려어린 마음이 생겼다. 조심스런 질문에 그는 이미 익숙한 물음이라는 듯 넉넉한 웃음 소리와 함께 “내 옆에서 가게를 연다면 막을 수가 있나. 결국은 내가 해볼만한 상대라는 뜻일 것이니 그쯤되면 내가 옮겨야하는 것이다.” 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최고의 노력으로 내 가게를 위해 최선을 다했고 일을 하는 과정에 자신의 노력으로 우리 가게에서 배운 것인데 그 모든 것을 버리고 다른 일을 하라고 할 수도 없지 않은가라며 반문했다. 오동호 대표는 이 모든 것이 경쟁자 양상이라는 측면이 아니라 우리 한인 뷰티스토어의 저변을 확대하는 일이라고 믿고 있는 것 같았다. 후진 양성을 위해 자신의 그늘을 내어주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떠올리는 것도 당연지사.

그는 한인 주도의 뷰티업계에 오랫동안 몸담았던 베테랑이다. 멤피스에서 그의 첫 가게 Beauty Plus Beauty Supply를 열기 전까지 선태양에서 근무했고 그렇기에 누구보다도 자연스럽게 뷰티서플라이 스토어를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1993년 6월 16일. 오동호 대표는 자신의 가게가 처음으로 세상에 태어난 날짜를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매우 많겠지만 그중에서 그는 한 가지 에피소드를 꺼내 놓았다. Beauty Plus Beauty Supply가 B&P가 된 이유가 그것이었다. 1996년 당시 첫번째 가게를 운영하면서 그곳에서 2마일 정도 떨어진 곳에 두 번째 가게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새로운 가게의 랜드로드가 박스 형태의 간판이 아니라 글자 하나하나를 개별적인 네온사인으로 만들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당시 단돈 천불이라고 아껴서 가게 물건을 하나라도 더 구비하고 싶었기에 글자 수를 줄이게 된 것이 지금의 B&P가 된 계기라고. 그런데 지금은 그 B&P의 간판이 미 전역에 현재 4개나 세워져 있다. 그리고 앞으로도 더 늘어날지도 모를 일 아닌가.

1988년 미국에 이민 온 이래, 그는 다양한 경험을 통해 노동의 가치에 대해 깊이 공감하게 되었고, 농부가 씨앗을 뿌려 수확하는 것과 같은 노동의 순수성과 기쁨에 대해 깊이 깨달았다고 말한다. 그래서 정착 초기 누구나 겪게 되는 어려움을 결코 고생이라고만 생각하지는 않는다는 그의 결연함이 오늘날 성공의 밑거름이 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의 결연한 의지는 뷰티스토어의 미래에 대한 고민에서도 뚜렷히 드러났다. “현재의 형국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쟁에서 오프라인이 주도권을 빼앗기고 있기는 하지만  몸을 사리고 도망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의 위치에서 전력투구 해야한다. 그래야 파생 비즈니스도 생길 수 있고 살 길도 찾을 수 있다. 달리 도망갈 데가 있는가?”  그의 마지막 말이 한동안 머릿 속을 맴돌았다. <김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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