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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 역사의 달

Freedom is Never Given; It is Won.

[2017년2월호, 76페이지] 2월을 의미하는 February는 정화(淨化)를 의미하는 라틴어 “februum”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고대 로마인들이 매년 2월 15일 치르는 일종의 정화의식의 이름이 “Februa”라고 불렸는데, 이것이 곧 2월의 이름이 되었다. 미국에게도 2월은 같은 의미를 지닌다. 미국 역사에 있어서 지울래야 지울 수 없는 비인간적이었던 시기, 흑인 노예제라는 아픔의 과거를 되돌아보고 정화하는 ‘흑인 역사의 달’도 2월에 있기 때문이다.

‘흑인 역사의 달’은 저명한 역사 학자인 카더 G. 우드슨이 1926년에 제정한 ‘흑인 역사 주간’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다. 시카고대학에서 석사, 하버드에서 박사 공부를 하던 우드슨은 미국 역사 속에서 흑인의 존재가 얼마나 소외되어 있고 조명되지 못하는 지에 대한 한탄을 느끼게 된다. 1915년 그는 Jesse E. Moorland와 함께 현재 ASALH(Association for the Study of African American Life and History)의 전신인 Association for the Study of Negro Life and History를 설립했다. 그는 “만약 어떤 민족에게 역사가 부재하다면, 가치 있는 전통이 없다면, 그 민족은 세계사 속에서 무시당하게 될 것이며 결국 사라지고 말 것이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1926년 우드슨과 ASALH는 2월의 둘째 주를 “Negro History Week”을 제정하기에 이른다. 바로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2월 12일)과 노예방 운동가 프레드릭 더글러스(2월 14일)가 그 주에 태어났기 때문이다.

원래는 1주일이었던 흑인 역사 주간이 미국 건국 이백주년을 맞았던 1976년, 제럴드 포드 대통령에 의해 공식적으로 1개월로 확대 선포되었다. 그리고 현재까지 해마다 2월이 되면  ‘흑인 역사의 달’을 맞아 노예제, 편견, 빈곤 같은 패악에 맞서 수백만 미국 시민이 쟁취해낸 위대한 승리와 더불어 흑인들이 미국의 문화와 정치에 기여한 업적을 기린다. 또한, 흑인들이 당면한 여러 가지 이슈를 공론화하여 발전적인 비전을 모색하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ASALH에서 선정한 올해의 흑인 역사 주제는 ‘흑인 교육의 위기(The Crisis in Black Education)’이다. 우드슨은 일찍이 “만약 우리 흑인들도 다른 인종들처럼 우리의 훌륭한 성과를 잘 가르친다면, 우리 아이들도 인종에 관계없이 평등과 정의를 열망하게 될 것이다.”라고 믿었다. 물론 흑인들에게 부과되었던 지식과 정보에 대한 접근의 한계 및 평등한 교육 기회의 제한을 간과할 수 없다. 노예제도가 있었던 시대에는 읽고 쓰는 것을 배우는 것 자체가 금지되었고 또 자유를 찾은 이후에도 한참 백인들이 다니는 학교 대신 먼 거리를 걸어 흑인학교로 다녀야 했다. 법적으로 혹은 정책적으로 아니면 정치적으로 이렇게 분리된 교육 시스템은 19세기 후반부터 최근까지도 실제로 존재했다.

흑인들이 겪어 온 이 교육적 위기는 아직도 진행형이다. 특히 도시 지역에서는 재정적인 이유로 인한 교사의 부족, 학급 당 학생수 증가 및 인종 간 학업 성취도 차이와 같이 또 다른 형태의 위기가 팽배하다. 교육이 주는 혜택을 많은 흑인 학생들은 받지 못하고 있다. 어쩌면 학교가 흑인 청소년들에게는 감옥의 쇠창살인 것은 아닌지.

하지만 흑인들이 걸어온 역사가 무수히 많은 위기들에 맞서 싸운 역사이듯이 후세의 교육에 대한 흑인들의 열망 또한 많은 노력으로 표출되었다. 그들은 옆에서 훔쳐보며 배웠고, 그들만의 학교와 대학을 설립하기 위해 투쟁했으며, 배움의 열망을 고취시키기 위한 아카데미와 멘토 프로그램도 운영했다. 흑인 교육의 위기에 대해 진지하게 고심하는 것은 미국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에 있어 가장 중요한 목표 중 하나임이 분명하다.

사람들이 자신과 자신의 가족, 그리고 자신의 민족이 걸어온 과거 역사를 기억하고 연구하고 나누는 일은 값진 일이다. 비록 그 기억이 때로는 수치스럽고 아프고 절망적이라 떠올리기 힘들더라도 우리는 계속 그 이야기를 떠올려야 한다. 좋고 나빴던 시간의 모든 기억들이 역사가 되어 전해져야 한다. 과거의 실수와 잘못, 그리고 그 어려움을 극복한 용기와 노력들을 기억하고 되돌아보면서 보다 더 희망적이고 건설적인 미래를 꿈꿀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흑인들은 2월을 흑인 역사의 달로 삼아 그들의 역사문화유산을 기념하면서 다음 세대를 위한 준비를 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미국에서 현재를 살아나가고 있는 소수 민족인 한국인의 목소리와 이야기도 되살리고 알리고 전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흑인 역사의 달에 대해 생각해보아야 하는 이유는 그들이 우리의 제품을 팔아주는 소비자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2017년 2월, 흑인 역사의 달을 맞아 대다수 흑인들이 그들의 역사 문화유산을 기념하듯이 이제는 우리 한인들도 우리의 숨겨진 우리의 이야기를 찾아 기념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우리 한인의 이민 역사도 켜켜이 쌓여 오래되어 가는데 우리의 이민 역사와 유산을 만들고 정리하고 지켜나가야 할 임무를 더이상은 미룰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혜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