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 플라시보 효과

뷰티 산업의 신화를 지키자

뷰티 스토어에서 우연히 만난 고객에게 물었다. 지금 들고 있는 헤어를 고른 이유가 무엇인지. 자신은 브라질리언 헤어가 상대적으로 튼튼하고 오래 쓸 수 있어 언제나 브라질리언 헤어 제품을 고른다는 답변이다. 그러고 보니, 많은 제품들에 브라질리언 헤어, 말레이시안 헤어, 페루비안 헤어 등 다양한 라벨이 붙어 있다. 피부색과 살고 있는 환경이 다르듯이 인종마다 헤어의 특징도 분명히 다를 터이다. 그렇다면 브라질리언 헤어, 말레이시안 헤어, 페루비안 헤어, 그리고 인디안 헤어를 사용하는 고객들은 각각의 헤어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설령 브라질리언 헤어가 브라질에서 오지 않은 것이고, 말레이시안 헤어가 말레이지아에서 오지 않은 것일 지라도 소비자가 바라보는 헤어의 특징이 어떠한지 그들의 뷰를 살펴보았다.

 

_AN 헤어 리뷰

브라질리언 헤어: 브라질리언 헤어는 사우스 아프리카에서 가장 인기있는 헤어로 일반적으로 부드럽고 상대적으로 두꺼우며 내구성이 매우 뛰어나다. 이러한 이유로 브라질리언 헤어는 어떤 헤어 스타일에도 잘 맞기 때문에, 스트레이트나 웨이브 스타일 혹은 컬리 스타일 모두 연출할 수 있다. 브라질리언 헤어는 또한 모든 칼라도 잘 받기 때문에 버진 브라질리언
헤어의 경우 어떠한 칼라로도 염색이 가능하다. 브라질리언 헤어는 밀도감이 높아 상대적으로 덜 엉킨다는 장점이 있을 뿐만 아니라 스타일을 완성하기 위해 적은 번들을 사용해도 전체 모양을 유지할 수 있다.

말레이시안 헤어: 말레이시안 헤어는 요즘 특히 외국 및 사우스 아프리카 셀럽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이 헤어는 매우 럭셔리한 터치감과 자연스러운 광택이 특징이다. 광택은 너무 과하지가 않아 몇 번 세탁을 하고 나면 훨씬 더 자연스럽게 보이게 된다. 이 헤어는 매우 강해서 컬리 스타일을 잘 지탱할 수 있다. 만약 컬리한 스타일을 원한다면, 말레이시안 헤어가 가장 적합하다. 일반적으로 적당히 어두운 브라운 컬러의 헤어이지만 브라질리언 헤어와 마찬가지로 색을 입히기도 쉽다.


페루비안 헤어: 페루비안 헤어는 요즘 공전의 히트를 치고 있다. 이 헤어는 엄청난 내구성을 지니고 있으며 다재다능하다. 머리카락을 너무 손상시키지 않고 계속해서 모양과 스타일을 바꿀 수 있기 때문에 페루비안 헤어를 훌륭한 다목적 헤어라 부를 만하다. 페루비안 헤어는 매우 부드럽고 브라질리언 헤어보다 약간 더 실키한 느낌이다. 페루비안 헤어는 비교적 희귀하기 때문에 다른 타입의 헤어보다 상대적으로 비싼 편이다

인디안 헤어: 인디안 헤어는 매우 고품질의 헤어로 인식되고 있다. 이 헤어는 매우 가볍고, 바람도 잘 통하고, 탄력도 좋고, 스타일링하기에도 편하다. 일반적으로 인디안 헤어는 자연스러운 길이감과 웨이브를 갖고 있어 자연스러운 웨이브 스타일을 찾는 이들에게 가장 적합하다. 인디안 헤어는 잘 엉키거나 떨어지지 않아 오랫동안 웨이브 룩을 연출할 수 있다.

플라시보 효과와 뷰티 산업

그런데 현재 시장에 순환되는 헤어 제품의 90%이상은 사실 인디안 헤어이다. 한때, 헤어의 주 생산국이었던 중국이 자본주의 및 서구화의 영향으로 펌과 커트가 일상이 되면서 중국에서의 헤어 생산량이 감소하게 된 후, 북한 몽골 그리고 인도가 헤어 생산의 대안으로 떠올랐다. 약 12겹의 큐티클로 이루어져 상대적으로 두꺼웠던 중국 헤어에 비해 인구 수와 종교적 문화로 인해 신흥 헤어 생산국이 된 인도의 헤어는 타원형에 상대적으로 두께가 얇아 공장의 프로세스를 거치게 되면 엉키기 쉬웠다. 그래서 우리 헤어 업계에서는 이 인디안 헤어에 높은 제품 가치를 두지 않았었다. 그러나 이 인도 헤어가 언프로세스 번들헤어로 불리며 미용실을 중심으로 고가에 유통되면서 우리 뷰티서플라이에 큰 타격을 주었으며 거꾸로 우리 헤어 업계가 인디안 헤어를 모방하여 시장에 제품화하는 경향까지 낳았다. 이 과정에서 일종의 마케팅 전략으로 등장한 이름이 브라질리언 헤어이다. 당시 대중 문화를 휩쓸던 브라질 열풍과 뷰티 업계의 브라질리언 케라틴의 인기를 계기로 브라질리언 헤어가 탄생하였다. 마찬가지로 이전과의 차별성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페루비언 헤어나 말레이시안 헤어와 같은 제품들이 속속 등장하였다. 하지만 유통 구조를 이해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사실 이 모두가 인디안 헤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이 모든 제품이 진짜 브라질리언 헤어, 페루비안 헤어, 말레이시안 헤어가 아니라는 사실이 소비자에게도 그닥 중요한 것은 아니다. 소비자나 미용사들에게는 이 헤어가 진짜로 어디서 왔느냐는 사실이 그렇게 절대적인 가치가 아니기 때문이다.

플라시보 효과라는 말이 있다. 어떤 물건이나 장소 등이 내게 유익할 것이라는 강한 믿음이 있으면 그것이 실제와는 다르더라도 나에게 유익한 효과를 가져온다고 믿게 되는 심리학 용어이다. 실제로 아무 효과가 없는 것도 맹신하는 것에 의해 효과를 보는 심리 현상으로, 일종의 자기암시 효과이다. ‘플라시보’라는 말은 ‘I will please’의 라틴어에서 유래했으며 심리학과 마케팅 분야에서 자주 사용되는 용어이다.

사실 건강과 뷰티 산업은 기본적으로 신화에 근거해서 성립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매일 아침 활기를 보충시켜준다는 믿음으로 마시는 오렌지 주스 한 잔이 사실 플로리다의 오렌지 산업을 지탱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사실이 결코 소비자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팩트는 아니다. 내가 거금을 투자한 에센스가 실제로 케라틴이 얼마나 들어있는지 모르겠지만 바르고 나면 내 피부가 개선될 것이라는 신화에 기대 소비자는 지갑을 연다. 특히 마케팅과 광고에 기대 상품이 순환되는 현대 사회에서 이러한 신화를 벗어나 살기가 쉽지는 않다. 말 그대로 플라시보 효과처럼, 헬스나 뷰티 제품이 실제로 그런 효과를 거둬들일 수 있다는 소비자의 강력한 믿음이 우리 뷰티 분야를 지탱해주는 근거라고 할 수 있다. 소비자는 그 마케팅을 거짓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사실 진실을 알고 싶어하지도 않으며 진실을 아는 것이 소비자들에게 득이 되는 것도 아니다. 실제로 좋은 피부를 결정하는 인자는 좋은 피부 유전자를 타고나야 하고 후천적으로 개선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내가 바르는 화장품이 그닥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사실은 소비자로 하여금 오히려 낙담하게 만들 것이다.

우리 뷰티 업계가 해야 할 일은 브라질리언 헤어, 페루비안 헤어, 말레이시안 헤어, 그리고 인디안 헤어에 대한 고객의 기대 가치를 존중하고  최대한 그 신화에가깝게 다가가려는 자세일 것이다. 소비자의 니즈에 응답하여 결국 가짜 약이 진짜 약이 되도록 만드는 노력이 진실을 알리는 것 보다 더 진실된 태도일 수 있다.  <김혜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