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진영 들여다 보니

우리는 지금까지의 잘못된 모든 정책이나 관행이 발견될 때마다 단순히 보완하거나 대충 바꾸어 왔던 것 같다. 하지만 이제는 근본적인 변화를 통해 시스템을 리셋트 해야 한다.

“승리는 언제나 좋은 것이다!!
우리는 다시 한번 미국을 더 위대하게 만들 것이다!!
(Make America Great Again!!)

연말을 맞아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승리를 자축하는 미국의 보수 정책 연구소 헤리티지 재단 프레지덴셜 클럽 모임 현장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환호 속에 섞여있는 구호다.

중동문제 개입과 경기 대침체를 불러와 바닦에 떨어진 공화당 정권에 이어 레임덕 현상도 없이 고공의 인기율을 유지해 온 오바마와 민주당 집권 8년. 당분간 정권 창출이 불가능할 것 같던 미국에 보수진영은 이렇게 부활하고 있었다. 보수가 몰락하고 있는 현 한국 상황과 너무나 다른 모습이다!

헤리티지 재단이 주최한 정책토론회에서는 이번 선거에서 트럼프 기적을 만들어낸 미국 중산층 백인 보수의 기대와 당부가 포함된 수많은 정책과 전략이 주제별로 나뉘어 쏟아져 나왔다. 물론, 근본적인 변화와 시스템을 완전히 리셋트해야 한다는 게 정책 초안의 기본 틀이었던 것 같다.

700명 가까운 참가자들은 새로 구성되는 행정부와 직, 간접적으로 관계하거나 사회 각 분야에서 오피니언을 이끌어가고 있는 활동가들로 보인다. 이들은 서로 인맥을 넓히기 위해 분주히 개인 정보를 교환하면서, 동시에 서로의 생각과 전망을 주고받으면서 공통분모를 만들어 내느라 모두들 바빠 보였다.

필자를 포함한 유색인들은 불과 30여 명 남짓. 오바마 정권이 들어설 때와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히스패닉계 백인을 뺀 유럽계 백인은 전체의 63%를 차지한다. 아무리 유색인종이 늘어났다고는 하지만 누가 뭐래도 아직까지는 백인이 주인인 나라라는 사실을 절실하게 느꼈다. 동양인이 몇 명뿐이라서 그런지 여기저기에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표해 준 덕에 자리가 불편하거나 어색하진 않아 다행이었다.

정책포럼이 끝나고 저녁 만찬 행사는 길 건너에 위치한 트럼프 인터내셔널호텔 워싱턴에서 열렸다. 화려하고 웅장한 호텔로비에 들어서는 순간 ‘아!!! 트럼프 당선자는 너무 많은 걸 다 가지고 있구나’하는 부러움도 밀려왔다.

이날 주 연사로 참석한 마이크 펜스 부통령 당선자가 연설할 때는 절정에 달해 여기 저기서 환호가 터져 나왔다. 열정적이면서도 안정감까지 물씬 느껴지는 인물이다. 분위기 탓인지 ‘이런 사람이 대통령 당선자였으면 더 좋았겠다’는 허망한 생각까지 들기도 했다. 이는 아마도 트럼프 당선인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아직 채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 미국인들은 안다. 미국이라는 거대한 나라는 결코 트럼프 당선자 한 사람이 아니라, 이렇게 열정적으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미국의 보수와 진보가 양축이 되어 합리적으로 움직이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이런 미국의 한없이 부러운 모습을 경험하고 새벽 빗 길을 달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여느 때보다 더 우울하게 보인다. 혼란에 빠져 촛불을 든 조국이 하루빨리 안정을 되찾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다.

이은황 ICAS 이사, C&L USA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