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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입견이 사실보다 무섭

인종에 따라, 출신국가에 따라 문화는 다르지만 인간적 사고는 동일하다

스패니쉬 밀집 지역을 지나가던 중 갑자기 요란한 불빛이 번쩍였다. 깜짝 놀라 앞뒤를 살펴보니 경찰차 한 대가 필자의 차를 향해 세우라는 불빛이었다. 무엇을 잘못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서둘러 운전면허증을 꺼내들고 경찰이 오기를 기다렸다. 무의적으로 ‘자칫 잘못하면 경찰의 총에 죽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공포심이 몰려왔다. 순간, 시민을 보호하는 경찰이 강도보다 더 무섭게 느껴지는 이상 현상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뉴스의 영향이 그만큼 큰 선입견을 갖게 한다. 특히 유사한 사건들이 반복적으로 벌어지는 상황에서는 감성이 이성보다 강하게 작동하면서 사실 이상의 상상과 선입견을 갖게 하는 경우를 우리는 종종 경험하게 된다. 반복적인 상황이 선입견을 갖게 하고, 그렇게 만들어진 선입견은 사실보다 더 강한 믿음으로 변질는 경우도 많다. 문화적 이질감은 이렇게 인종이나 출신 국가뿐 아니라 갖은 종족들 사이에서도 만들어지고 허물기 힘든 벽을 형성하는 큰 사회 문제다.

뷰티서플라이를 운영하는 한인 이민자들이 상대하는 고객은 주로 흑인 인구다. 성장 배경이 다르고 언어도 다른 상황에서 동족들 사이에나 존재하는 선입견까지 극복해야 하는 현실에 직면해 있다. 이 모든 것을 극복하지 못할 경우 예기치 못한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위험요소도 무시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그보다는 장사라는 목적에 보다 충실하기 위해 문화적, 선입견적 차이를 극복하려는 노력이 멈춰 서는 안될 것 같다.

잘못된 선입견

많은 사람들이 흑인에 대해 사실과 다른 선입견을 갖고 있다. 타 민족에 비해 우범적이고 거짓말과 도둑질이 빈번하다는 잘못된 선입견. 백인 지역과 흑인 지역의 백화점에서 벌어지는 각각의 절도 사건 비율만 따져 보아도 흑백 간의 차이가 크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다. 강력 범죄율 측면에서 보아도 흑인의 범죄율이 결코 높지 않다고 알려졌다.

경제적 여건에 의해 벌어지는 범죄율은 당연히 흑인 사회가 더 높을 수 있다. 그 같은 사실 역시 한발 더 깊이 들어가 보면 백인이나 한국인이라 해도 유사한 경제 상황에 처하면 거의 비슷하거나 더 많이 벌일 수 있는 범죄율이라서 특별하다 할 수 없는 문제다. 뷰티서플라이를 운영하다 보면 어린 자녀가 훔친 물건을 들고 가게를 찾아와 잘못을 빌도록 하는 흑인 부모를 간혹 만나 볼 수 있다. 흑인에 대한 그릇된 선입견 때문에 피해를 보는 부모들의 콤플렉스가 오히려 작은 잘못까지도 엄하게  다스리는 편이다.

잘못된 선입견으로 가게를 방문하는 흑인 손님을 도독으로 의심하고 집중적으로 관찰하는 경영인들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물론 빈번한 피해 경험으로 경계를 강화하기 때문일 것이다. 문제는 억울하게 의심을 받는 선한 흑인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의심받는 만큼 도독질을 해서라도 가게 주인을 응징하고 싶어지는 마음도 들 것이다.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다. 어느 수위까지 도둑을 지켜야 하고, 어느 수준에서 믿음을 주어야 할지 분명한 선을 긋기 어렵다 보니 선한 피해자는 늘어날 수밖에 없어 보인다. 반면, 한인 상인에 대한 선입견도 존재한다. 인정도 없이 돈 밖에 모르는 무례한 사람들이라는 잘못된 선입견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 이렇게 선입견은 문화적 이질감을 키우는 무서운 요소다.    

그래도 흑인 범죄율은 높다

어쩌면 억울한 약자의 서러운 현실일 수도 있는 문제다. 불과 십수 년 전까지만 해도 18세 이상 흑인 남성의 다수가 전과 기록을 갖고 있었다. 아주 경미한 경범죄와 마약 소지와 같은 전과 기록이 다수다.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는 없지만 일부 인권 운동가들은 다수인 백인 사회가 흑인 노동자를 거부할 수 있는 명분을 만들기 위해 근로 연령의 흑인 남성들에게 전과 기록을 갖도록 하여 합법적으로 고용의 기회를 축소 시켰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수 천만 명이나 되던 미 대륙의 원주민(인디언)들의 자취를 이제는 찾아보기조차 어렵다. 많은 수의 인디언이 총칼에 의해 목숨을 잃었지만 그에 못지않게 술이 그들을 몰살하는 무기로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알코올 분해력이 약하고 중독률이 높다는 체질적 조건을 이용해 술로 자멸토록 했다는 주장이다.   

일부 흑인 인권 운동가들은 이 같은 주장을 근거로 흑인 사회에 넘쳐 나던 마약의 배경을 설명했다. 흑인 사회에 마약이 범람하도록 방치하여 흑인 남성의 다수를 전과자로 낙인찍고, 서로 죽고 죽이는 극단적인 상황으로 몰고 가려 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런 주장의 사실 여부를 떠나 미 전국의 교도소에는 지금 이 순간에도 전체 인구의 14.5%에 불과한 흑인 인구 비율과는 다르게 흑인 죄수들의 비율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분명한 것은 흑인 전과자들의 범죄 내용을 직시해 볼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살인, 강도, 강간 등 강력 범죄 비율과 경범죄나 마약 소지 혹은 복용 등의 범죄 비율의 진실을 들여다보면 높은 흑인 범죄율의 모순을 확인할 수 있다는 말이다. 결론적으로, 오랜 세월 흑인 지역에서 장사를 해온 한인 실업인 다수는 “흑인들이라고 범죄를 더 저지르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생계형 경범죄 행위가 자주 벌어지는 것도 사실이지만 인간적인 차원에서 보면 조금은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다.”고 말하고 있다.

공권에 맞선 흑인 사회

앞에서 소개한 바와 같이 경찰관이 무섭게 느껴지는 비정상적 사회 분위기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운전을 하다가 설령 잘못을 저질렀을지라도 인격까지 무시당하면 누구라도 화가 치미는 법이다. 죽음을 전하는 의사의 냉정해 보이는 모습처럼 공무를 집행하는 경찰관은 따듯한 감성보다는 객관적 이성을 지켜야 한다. 그런 이성적 언행이 억울하다고 생각하는 시민의 감성을 자극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경제적 여건이 갖추어진 사람에게는 몇 십 불짜리 티켓은 화를 치밀게 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몇 십 불의 여유도 없는 시민들에게는 감성을 폭발하게 한다. 특히, 그런 일이 반복적으로 벌어질 경우 억울한 마음도 생기게 되는 것은 매우 인간적인 현상이다. 하지만 작게나마 분노를 노출하면 공권력 도전으로 간주되어 극단적인 사건으로까지 번지는 것이다.

핸드폰과 크레딧 카드, 가는 곳마다 설치된 수 백, 수 천만 개의 카메라가 늘 지켜보는 각박해져 가는 세상에서 누구보다 감성이 풍부한 흑인 시민들은 인간미와 상식적 포용력을 호소하고 있다.

엄격한 스토어 규정보다 작은 배려가 어느 때보다 값지고 귀하게 느껴지는 사회적 분위기다.  잘잘못에 대한 확고한 논리보다는 억지를 유머스럽게 받아주는 아량이 어느 때 보다 고맙게 전달될 수 있는 상황이다. 의심의 눈초리에 반 비례한 신뢰의 따듯함이 간절해질 법한 것이 오늘을 살아가는 흑인 고객들의 공통된 갈증일 것이다. 문화적 이질감을 풍부한 감성으로 극복하는 여유를 가져 보는 것은 어떨까?  <코스모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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