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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1] 가여운 효자, 가발

뷰티서플라이에서 가발의 위치는 무엇일까? 매출의 10%도 차지하지 못하면서 자리만 많이 차지하는 골칫거리인가? 늘 마지막 한 두 개의 색은 팔리지 않는 재고 문제의 주범일까? 제품 하나를 팔기 위해 소요되는 시간이 많이 걸려 이윤보다 종업원 인건비가 더 큰 경영의 함정일까? 가발은 분명 뷰티서플라이의 심장처럼 생명을 지켜주는 가장 중요한 제품이면서도 주인의 홀대를 받는 가여운 효자와 같다.

뷰티서플라이 스토어의 원래 중심 제품은 미용실에서 사용하는 케미컬 제품이었다. 뷰티서플라이가 대중에 문을 열면서 뷰티서플라이는 전문점과 일반적인 리테일로 나뉘었고, 미용실 전용 상품은 각 지역 흑인 사업자에게 넘어갔다. 일반 소비자를 잡기 위해 미용사를 포기한 결과를 낳았다. 2000년 초부터는 체인약국과 대형 체인점에 일반 미용 용품 주도권을 잠식당하면서 지금은 마이너리티로 전락한 상태다. 케미컬 제품보다 단위가 큰 헤어 익스텐션에 몰입하면서 케미컬 시장의 주도권을 순순히 내어 주었다. 그러다가 최근에는 헤어 익스텐션 마저 온라인 시장에 넘어가고 있는 상황이고, 헤어익스텐션 에서마저 마이너리티로 전락할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제 마지막 남은 제품은 가발이다. 그마저도 주도권을 빼앗기고 나면 뷰티서플라이 스토어의 경쟁력은 온전히 사라질 수 있다. 뷰티서플라이 스토어가 아니면 살 수 없거나 사기 힘든 제품으로 지켜야 할 소중한 제품이다.

코스모비즈는 11월호 특집으로 가발에 대한 모든 것을 짚어 보기로 하였다. 한인 주도의 뷰티서플라이에 가발이 얼마나 소중한 제품인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는 취지다. 가발 하나가 만들어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과 기술이 필요한가를 생각하면 가발의 가치가 그만큼 높아 질 것이라는 기대감때문이다.

가발 하나가 만들어지기까지

싸게는 $10에서 비싸기는 수천 불에 판매되는 가발 하나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겉보기보다 큰 노력과 노동이 필요하다. (다음 기사: 가발 생산 과정 참조) 가발 디자인 분야에서는 최고의 장인으로 손꼽히는 Soul Tress 사의 이종시 대표는 입이 마르도록 가발이 단순한 공산품이 아님을 강조한다. “원하는 스타일을 연출해 내기 위해 헤어 몇 가닥 무게 밖에 되지 않는 미세한 양을 줄이거나 늘려야 할 지 몇 날 며칠 밤을 고심한다. 그렇게 어렵게 만들어지는 것이 가발이다. 그냥 기계로 찍어내는 상품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아무리 기술이 발전하고 로봇이 생산라인의 인간을 대체한다 해도 가발 제품만큼은 처음부터 끝까지 온전히 손으로 만들 수밖에 없다. 미국이 건국되던 시기에 만들어진 가발이나 오늘날 만들어지는 가발의 차이가 크게 다르지 않을 만큼 가발은 장인의 손에 의해 만들어지고, 앞으로도 그렇게 만들어질 것이다. 가발을 만드는 공원이 비록 제3국의 이름 모를 시골 사람이라해도 르네상스를 열었던 예전의 가발 장인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루 이틀 교육으로 생산라인에서 투입할 수 있는 단순노동자들이 아니다. 그만큼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들에게는 공원이 아닌 “Wig Maker”라는 특별한 직함도 주어지는 것이다.

가발 디자인이 헤어 스타일유행 주도

한국의 가발 디자이너들은 지난 수십 년간 전 세계 헤어스타일 유행을 주도해왔다. 비달 사순은 언밸런스한 숏트커트 하나를 디자인하고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그에 비하면 한국 가발디자이너들은 수 백, 수 천 가지의 헤어스타일을 디자인하고도 이름 석자조차 알리지 못했다.

자신의 헤어로 실험적인 스타일을 시도해 보기란 어려운 일이다. 시카고에 소재한 단 송 사장의 가게에 어느 날 미모의 두 백인 여성이 찾아와 조용히 여러 개의 가발을 골라 케시대로 다가왔다. 크레딧 카드를 내밀자 송 사장이 미모의 여인에게 신분증을 요구했다. 그중 한 사람이 헤어스타일 유행을 리드하는 레이디 가가였다. 남자친구가 출전한 농구 경기장으로 가던 길에 카메라 스포트라이트를 의식해 송 사장의 가게에 들른 것이다. 그날 밤 카메라에 비쳐진 레이디 가가의 머리에 쓰여진 송 사장의 가발이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영향력을 미쳤을지는 짐작하고 남을 일이다. 그렇게 가발은 유행을 만들어 낸다.

최근 가발 유행은 Midway사와 Vivica Fox가 리드하고 있다는 말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이런 소문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Midway 사에는 수십 년간 할리우드 스타들의 가발을 다루던 최고 수준의 베테랑 디자이너들이 맹활약을 하고 있다. 써니 신 전무, 오드니 한 이사의 이름은 분명 비달 사순의 명성만큼이나 인정받아야 할 거대한 이름이다. Vanessa의 구영범 대표는 외모 면에서는 아주 평범한 한국인 아저씨다. 하지만 그의 이면을 들여다 보면 비달 사순을 무색하게 하는 헤어 디자인의 대가라는 사실이 감추어져 있다. Vivica Fox의 정문량 대표는 명문고와 명문대 출신의 학자풍 경영인이다. 헤어 디자이너는 결코 아니다. 하지만 가발 스타일을 골라내는 그의 눈은 탁월하다. 정문량 대표가 일신상 잠시 회사를 떠나 있는 동안에 나타난 차이에서 극명하게 확인된 사실이다. 최근 인기 상승을 보여주는 Vivica Fox가 디자인에 직접 참여토록 하는 일도 그의 몫이다.

한인 가발 디자이너를 비달 사순의 명성만큼 높이는 일은 가발산업의 기득권을 지키는 수단이고 한인 디아스포라의 공통된 책임이다. 무명으로 남은 1세 디자이너의 서글픈 역사를 계속 이어가서는 안될 중차대한 사명이다. 소매 현장과 오지의 공장을 쉼 없이 찾아다니며 정통 가발의 명맥을 이어가기 위해 쉼 없이 노력하는 Royal Imex의 라성원 전무나, “회사 이름에 Fashion이 들어있어 의류회사인 줄 알고 입사했다가 가발에 푹 빠지게 되었다”라는 Shake-n-Go 사의 피터 오 전무와 같은 2세 경영인처럼 자의건 타의건 가발 역사를 써내려가는 한인 ‘가발쟁이’들이 온전히 인정받을 수 있도록 애쓰는 것이 뷰티서플라이의 마지막 보루인 가발을 지켜내는 방법이다.

가발의 축복

가발과 관련한 재미난 역사적 사실 하나가 있다. 고대부터 지금 이 순간까지 가발을 만들었던 민족이 늘 축복을 누렸다는 사실이다. 성경에서도 가발은 축복으로 묘사되어 있다. 이집트 문명이 세상을 주도하던 시대에도 가발의 역사는 존재했고, 르네상스 시대도 화려한 가발로 상징된다. 영국이 해가 지지 않는 제국으로 거듭나는 과정에서도 가발은 사회적 신분과 권위를 상징했다. 오늘날 글로벌 경찰국을 자임하고 있는 미국의 역사를 들여다 보아도 가발 숍은 초기 정착민들이 세운 첫 번째 비즈니스다. 잿더미에서 경제 기적을 이룬 일본과 한국의 산업도 가발에서 비롯되었고, 새로운 대국으로 떠오른 중국도 가발을 만들고 있다.

가발은 부끄러움이 아니다. “가발 장사하고 있다”라는 자신의 소개는 부끄러움 보다 자랑이어야 한다. 가발의 축복을 우리 스스로 감추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가발이 축복이라는 사실을 가슴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결코 가발을 헌신짝처럼 취급할 일은 없게 될 것이고, 가발이 또다시 뷰티서플라이에 강력한 경쟁력을 가져다주는 축복으로 보답할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도 갖게 된다.

가발을 사랑하는 방법

백인 가발산업은 일찍부터 온라인 시장으로 바뀌었다. 가발 숍 경영인들이 은퇴하면서 대부분 가게의 문도 닫히고 있다. 온라인 판매로 몰려갔던 메이저 가발회사들도 지금은 후회하는 분위기다. 이윤이 줄어들 뿐 아니라 전체적인 소비까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Aderans 사나 Hair U Wear 사 처럼 기존의 메이저급 가발회사들이 온라인 판매로 방향을 선회하는 가운데 오프라인 가발 전문점 유통에 집중해 오던 Estetica의 가치는 오히려 눈에 띄게 커지고 있다.

만일 온라인에서 판매되는 가발이 전국에 널려있는 가발 전문점의 숫자처럼 다양하게 확산되었더라면 지금처럼 소비가 축소되는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안타깝게도 온라인 판매의 특성에 따라 백인 가발은 Wigs.com이라는 특정 온라인 스토어 하나로 소비자들이 몰리게 되었고 이제는 지배적 위치에서 가발회사들의 주도권까지 넘어간 모습이다.

흑인 소비자를 주로 겨냥하고 있는 한인 가발 업계도 백인 가발 시장에서 나타난 현상을 감안하여 소비 침체를 유발하지 않도록 적절한 전략을 구사할 필요도 있다.

소매점 차원에서는 가발 제품만큼은 판매량을 줄이는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가격 경쟁보다는 서비스 경쟁으로 발전해 가야한다. “백인 가발 소매 시장이 다섯 곱 장사를 하는 동안 우리는 두 곱 장사로 전락 한다”라는 푸념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백인 가발 소매가 온라인으로 옮겨가면서 서비스가 사라지고 라테일 가격은 두 곱 반 정도로 떨어졌다. 자신의 얼굴에 맞게 Fitting 해 주던 과거와는 달리 우편으로 배달된 가발을 써야 하는 소비자들의 만족도가 떨어지면서 가발에 대한 매력도 함께 떨어졌다는 사실을 감안해 컷팅과 트리밍 서비스를 추가하는 서비스 중심의 산업으로 바뀌어 가는 것이 가발시장을 지켜내는 방법이다. 결국 판매전략을 바꾸고 나면 소비는 단기간 줄어들겠지만 이윤이 높아지는 현상으로 바뀔 것이 분명하다. 서비스가 향상되다 보면 소비자들의 만족도 역시 높아질 것이기 때문에 판매량도 늘어나는 시너지를 얻어낼 수 있다.

이 같은 긍정적 결과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업계 전체가 더욱더 적극적으로 대화의 장을 열어야 한다. 한자리에 모여 가발에 대한 애정을 확인하고 또 확인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 패션 사업에서 유언영색이나 묵언이 금이다는 동양적 가치는 통하지 않는다. 보다 화려하고, 보다 적극적인 대화가 패션 사업을 키우고 확장해 간다는 사실을 서양적 마케팅에서 우리는 충분히 목격해 왔다. 더 이상 머뭇거릴 필요도 없다. 극성스러우리만큼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한 산업이다.

코스모비즈는 발간 초기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이 가발을 옹호하고 있다. 사활을 걸면서까지 가발 산업에 저의가 된다고 생각되던 모든 행위를 고발하고 지적해 왔다. 그로 인해 타 잡지에 비해 광고도 턱없이 적다. 가발까지 주도권을 상실하면 한글 잡지의 존재도 무의미해지고 사라질 것이 분명하다. 가발 스타일링 교육도 개발하여 실시해 보았다. 업계의 협조를 충분히 얻어내지 못하여 중간에 멈추고 말았지만 여력이 마련되면 더욱 더 폭넓게 실시할 예정이다. 분명 가발이 뷰티서플라이를 지켜낼 것이라는 강력한 믿음 때문이다.

인도네시아의 시골 오지에서 소리 소문 없이 활약하는 유수의 한인 가발공장도 늘 기억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에 틈 날 때마다 공장 소식을 전하고 있다. 미성, 성창, 보양 등 우수한 한인 기업들이 만들어내는 최상의 가발이 저급하게 만들어지는 가발로 인해 인정받지 못하는 것은 우리 스스로의 자산을 버리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우수 기업들이 만들어내는 가발을 더 높은 가격으로 판매하는 것은 제품의 품격을 높이는 지름 길이고 소매점의 품격도 덩달아 올라가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 분명하다. 가발을 지키는 것이 뷰티서플라이를 지키는 일이다. <장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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