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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를 압도하는 흑인들의 활약

리우 올림픽 속 비하인드스토리

올림픽의 꽃이라고 하는 여자 체조 경기에서 5명의 미국 선수들이 한꺼번에 금메달을 장악하는 일이 벌어졌다. 올림픽 체조 경기장의 코트를 휘어잡은 5명의 선수 중 2명은 흑인 1명은 히스패닉 2명은 백인이었다. 백인들의 전유물로 취급되어 왔던 수영과 체조에서 흑인들의 활약이 빛났던 리우 올림픽이었다. 여기서 눈여겨 볼 것은 흑인들의 담담한 반응이다. 김연아 피겨스케이트 선수 하나로 온 나라가 자랑하며 시끌벅적하던 우리와는 다른 모습이다. 반면에 흑인들은 미국 시민으로서 미국에 금메달이 쌓이는 것에 자랑스러워할 뿐이지 ‘흑인’선수가 잘 하고 있는 활약에 호들갑을 떨지 않는다. 성숙한 시민의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그들을 바라보는 백인, 동양인 등의 타민족의 시각도 이전과는 달랐다. 못난 것이 우연히 금메달을 땄다며 같잖다는 듯 바라보는 것이 아니었다. 모두가 진심 어린 마음으로 축복하는 모습이었다.

특히 체조와 수영은 백인들이 강세를 보이는 경기 종목이다. 그래서 많은 이들에게 수영과 체조가 화이트 스포츠로 인식되어 오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 2016 리우 올림픽을 통해 사람들의 인식이 변하고 있다. 흑인 선수들이 백인이 강세하다고 여겨졌던 경기종목에서조차 우세하게 메달을 획득한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직간접적으로 지켜보던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생각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인종별로 스포츠를 나누어 생각하는 잘못된 관념이 서서히 깨지고 있다.

체조 경기에서 무려 4관왕에 오른 Simone Biles도 흑인 체조 선수이다. 마치 음악 속 리듬이 현실 세계에 튀어나와 눈앞에 그려지듯 움직이는 그녀의 동작에 관중들은 경이로움을 감추지 못 했다. 어떤 이들은 체조 경기 장면을 폰에 담아 SNS에 공유하고, 시몬 선수의 매 순간 움직임에 찬사를 보냈다. 4’9”의 작은 키와 흑인으로써 최고의 체조 선수가 된 시몬은, 세계를 한번 더 놀래킨다. 시몬이 자라온 환경이 사람들의 예상과는 전혀 달랐기 때문이다. 그녀의 사생활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면서 사람들은 그녀와 사랑에 빠진다. 시몬은 모든 이들에게 환경, 출신 등의 배경에 관계없이 누구나 세계 최고의 자리에 설 수 있다는 용기를 심어준다.

사람들은 예상했다. 흑인으로서 세계 최고의 체조 선수가 되기까지, 분명 정신적으로나 물질적으로 강한 부모가 그녀를 뒷받침해 주었을 것이라고. 그러나 그녀는 부잣집에 태어난 딸도, 부모의 강한 보살핌을 받은 것도 아니었다. 시몬은 생물학적 아버지는 모르고 약물 중독 어머니에게서 태어났다. 그런 그녀가 이 자리에 있기까지 좋은 새엄마를 만난 것도 새아빠를 만난 것도 아니었다. 그녀는 조부모 손에서 자랐다. 위탁가정을 전전하던 시몬 자매가 불쌍했던 그녀의 외할아버지 론은 시몬의 동생이라도 입양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그의 재혼자 넬슨의 건의로 동생과 시몬을 함께 입양하기로 결정한다. 재혼할 때 친자식도 데리고 새로운 가정을 꾸리기 힘든 세상이다. 하물며 재혼하는 남편의 손녀를 입양한다는 것은 우리로선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시몬의 할머니이자 엄마인 넬리와 동네 체조 코치 에이미 부인이 함께 시몬을 최고의 체조 선수로 키워낸다. 그리고 그 어느 소녀보다 밝은 모습으로 성장시켰다. 선의를 가진 개인이나 공동체의 배려가 ‘버려진 아이들’에게 얼마나 결정적인 반려자가 될 수 있으며, 그 아이의 성장과 발전에 기여하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우리 한인들도 그들의 단점만 부각시켜 꾸짖을 것이 아니라, 이러한 정신은 존중하고 그들로부터 배워야 할 점이라고 본다.

흑인 선수의 활약은 수영장에서도 마찬가지다. 과거 백인들의 잘못으로 노예가 된 흑인들은 수영장을 쓸 수 없었다. 같은 물에서 함께 수영할 수 없었던 민족적 차별을 받아온 흑인들이다. 흑인들이 자유롭게 수영을 즐길 수 있게 된 것은 불과 몇 년 사이에 일어난 일이다. 그런 역사적 배경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최근 흑인들은 시간과 억압을 뛰어넘는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Simon Manuel 선수는 이번 리우 올림픽에서 역사적 상처와 흑인 수영에 관련된 인종차별적 편견을 단번에 박살 내는 모습을 보여줬다. 마치 돌고래 한 마리가 바다를 건너가듯 수영장을 휘날리며 가로질러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수영이 백인의 스포츠고, 흑인은 수영을 못한다는 식의 인종차별적 선입견으로 그들을 단정지어버리는 이들에게 크게 한 방 날리는 모습이었다. 최근에는 동양 선수들도 수영 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박태환 선수가 자유형 400m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것은 한국 수영 역사상 큰 금자탑을 세운 쾌거였다.

몇 가지 남지 않은 선입견까지도 깨어지면서 흑인들은 어쩌면 큰 프라이드를 느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은 뛰어난 성과를 티내지도 뽐내지도 않았다. 흑인 사회와 세상이 바라보는 흑인 사회 모두가 성숙해졌다는 증거이다. 최근에는 Black Lives Matter 운동도 벌어졌지만 이 운동도 이전 흑인파동과 같이 파괴적이지만은 않을 것이다. 분명 이전과는 달리 성숙된 흑인 사회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만큼 좋은 해결책을 찾아낼 것이다. 이제는 합리적인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긍정적 요소를 가지고 있는 흑인들이다. 우리 한인들도 변화하고 있는 그들을 믿어줄 때가 된 것 같다. <유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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