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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일업계 문제는 뷰티서플라이 업계의 자화상

무소의 뿔처럼 달려 온 이민자들에게 주는 미국사회의 경고, “돈 보다 인권이다”

최근 뉴욕주정부는 한인 이민자들이 주도하는 네일 살롱 문제를 겨냥한 특별위원회(Task Force)까지 구성하고 임금 문제, 근무환경문제 등을 조사한 뒤 강력한 규제에 들어갔다. 이에 대해 한인 네일협회뿐 아니라 중국계 네일협회와 한인 실업인 단체 등이 합세하여 뉴욕타임즈 신문사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지난해 뉴욕타임즈가 특집으로 게재한 기사 때문에 빚어진 일이라는 주장 때문이다.

먼저 사건을 요약해 보자

지난해 5월, 뉴욕타임즈는 1년여 동안 150여 명의 네일 기술자들을 4개 언어로 인터뷰한 끝에 <반짝이는 매니큐어에 숨겨진 네일 미용사들의 어두운 삶>이라는 장문의 고발성 기사를 게재했다. 신문은 “2층 침대로 가득한 싸구려 쪽방이나 많게는 10여 명의 낯선 사람들이 함께 거주하는 악취가 진동하는 낡은 아파트”에 합숙하는 중국인, 남미인 여성들이 심한 경우 “시간당 1.50달러를 받고 주 66시간을 근무”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도 모자라 처음 약 3개월은 무보수로 일하면서 기술을 배워야 하고, 그마저도 모자라 그렇게 가난한 사람들에게 $100~$300의 보증금까지 먼저 지불토록 했다는 충격적인 뉴스다. “어느 네일숍은 직원들이 마시는 물 한 모금에도 비용을 청구하면서 손님이 적은 날에는 임금을 아예 주지 않는 주인도 있었다”고 폭로했다. 뉴욕주 노동부가 대대적으로 감찰을 시작했는데 조사한 29개의 숍에서 무려 116건의 임금 착취 사례가 드러났다고 전했다.

바로 이렇게 임금을 착취하고 있는 뉴욕시 네일샵의 70~80%가 한국인 소유라고 밝혔다. 신문은 또, 한국인 네일샵 주인들이 “인종 계급제 관습” 을 만들어 놓았다고 꼬집었다. 노예제도라는 아픈 역사를 갖고 있는 탓에 인종차별을 법으로 다스리는 미국 사회에서는 상상하기도 어려운 일을 버젓이 벌이는 한인 이민자들의 행태가 기가 막히다는 뉘앙스다. 신문은 이에 대해, “많은 한국인 주인들은 (인종) 차별에 대한 자신들의 생각에 대하여 솔직한 편이었다”라고 비꼬듯 소개하면서, “그녀가 말하기를 ‘스페인계 직원’은 한국인만큼 똑똑하거나 위생적이지 않다고 하였다”고 전했다.

신문은 이 같은 현상에 대해 네일 기술자들은 주로 팁이 수입이라서 $8.74인 최저임금 보다 약간 덜 지불해도 되지만 팁이 최저임금 이하인 경우 최저임금까지 채워주는 것이 법인데 그런 사실을 무시해 왔다고 지적했다. 네일협회 관계자의 인터뷰를 통해 왜 한인들이 이렇게 할 수 밖에 없는지에 대한 이유도 밝혔다. 우후죽순처럼 네일샵이 늘어나면서 가격경쟁이 극심해졌고, 서비스 요금이 전국 평균의 절반가량인 $10.50까지 내려가면서 벌어진 현실적인 문제라는 점도 전했다. 그러면서도 한인 주인들은 고급승용차에 값비싼 미술품까지 사서 고급주택에 걸고 산다고 꼬집었다.

뉴욕타임즈의 기사가 나간뒤 수많은 뉴요커들이 분노를 표출했다. 심지어 한국에서 이 기사를 읽은 한국인들도 유감을 표할 만큼 파장이 컸다. 당연히 뉴욕주정부가 나서 진상을 밝히기에 이르렀고, 법정은 업주에게 미 지급된 인건비를 지불하라는 명령을 내리고 있다. 우후죽순처럼 늘어나는 네일샵의 수를 줄이거나 더 이상 늘어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 인지 테이블마다 환풍기를 설치하라는 극단적인 조치까지 내리기에 이르렀다.

마땅히 한인 업주와 중국인 업주 등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 같은 사태가 뉴욕타임즈 기사 때문이라는 점에서 신문사를 대상으로 데모를 벌이기도 했다. 한인 시의원이 나서 적극 한인 업자들의 입장을 대변해 주고 있기는 하지만 정부로서는 한치의 양보도 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남의 일이 아니다

당연히 같은 한인 이민자라는 차원으로 보면 이 문제는 현실적 사업 여건을 충분히 감안하지 않은 일방적이 신문사의 고발성 기사였고, 주정부의 조치 역시 지나치게 가혹해 보인다. 하지만 잘잘못을 따지기에 앞서 이 문제를 통해 나타나는 영세 이민자들의 사업환경적 모순과 사고 전환의 절실한 필요성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문화부적응에 의해 벌어지는 현실적 문제와 “죽기 아니면 살기’ 식으로 벌이는 생존적 가격경쟁의 결과라는 관점에서 사안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뉴욕의 네일 살롱 문제는 네일 업계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세탁업, 식품업, 뷰티서플라이업 등 자영업 전반에 직간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는 문제다. 네일 살롱 문제가 불거지고 실제로 뉴욕에 소재한 한인 뷰티서플라이 스토어도 최근 들어 종업원들의 임금 착취 고발이 눈에 띄게 늘어난 상태다. 이 같은 움직임이 자칫 미 전국적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뉴욕 뷰티서플라이 협회는 지난여름 이 같은 고소 사건의 발생 가능성을 대비할 수 있도록 법률보험 설명회를 개최하였다.

이에 대해 김성이식 회장은, “노동법 등의 문제로 종업원들이 고소를 하게 되면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이미 변호사비 만도 몇 만 불씩 들어갑니다. 1년에 800여불을 투자하면 변호 보험에 가입할 수 있어 많은 회원들이 관심을 가지실 것이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의외로 한 두 명이 가입해서 놀랐다. 안타깝게도 설명회가 있은 직후 고소를 당해 피해를 본 회원도 나타나 마음이 무거웠다”고 전했다.

한인 실업인들의 경제적 실상이 변호보험에 가입하기 조차 어려운 것인지, 아니면 지나칠 정도로 현실주의에 빠져 안전불감증을 겪고 있는지는 모를 일이다. 분명한 사실은 ‘생존을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는 믿음에 법의 존재까지 무시하고 달려왔을 것이라는 점이다. 지금의 방법 이외에는 그 어느 방법도 위험하다는 불안감에 변화를 극도로 거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무조건 가격을 낮추어야 한다는 현실적 문제, ‘가게를 살리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는 다급한 마음이 불법에 대한 죄의식을 잊게 했을지도 모른다.

법보다 더 강한 것이 상식이다. 이민자들의 정착이라는 큰 틀에서 미국 사회의 법과 눈이 어쩌면 한인 이민자들의 불법과 억지를 눈 감아 주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만일 그랬다면 이제는 더 이상 배려할 수 없는 극단적인 상황에 처했다고 보는 것도 무리한 짐작은 아닐 것 같다.

뉴욕 타임즈지는 해당 기사를 한글로 번역해 홈페이지에 올려놓았다. “뉴욕타임스 역사상 처음으로 한국어로 기사가 번역돼 독자들에게 소개됐습니다”라며, 한국어를 사용하는 독자들의 의견을 묻는 것도 뉴욕타임스로서는 첫 시도라고 밝혔다. 이 문제가 그저 네일 살롱의 문제만이 아니라 한인 이민사회 전체에게 경종을 울리기 위함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민주적 사회에서 경쟁을 원칙으로 한다는 논리로 상식과 상생의 원칙까지 무시하면서 무리하게 가게를 늘리고 크기를 키우면서 극단적인 수준까지 가격을 내리고 있는 뷰티서플라이에 울리는 경종으로 들린다. 단지 흑인 고객들의 불만이 아니라 이제는 미국 사회 전체가 한인 이민자들을 바라보는 시각이 변하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우리 뷰티업계도 이제는 우리 스스로의 모습을 네일살롱이라는 거울에 비추어 보아야 한다. 스스로 자정능력을 발휘해 정상적인 이윤의 장사를 해 종업원들에게 합당한 대우도 해 주고, 더 유능한 고급 직원을 고용해 서비스를 개선하면서 소비자들의 신뢰를 되찾는 결단이 필요하다. 스스로 자정능력을 발휘할 수 없다면 협동조합이나 프랜차이즈 등 합법적인 구조로 조직적인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 1세들의 과욕 때문에 우리 2세, 3세들의 앞날을 막을 수는 없는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장현석 기자>

Photo by: New York 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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