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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득권자는 기득권자다워야한다

유통구조의 변화로 울고 웃는 뷰티산업, 결과는?

shutterstock_395454748봉지 머리의 붐이 브레이드로 이어지면서 공장과 직거래를 트고 제품을 구입하는 소매점의 수가 늘어나고 있다. 반세기 동안 견고하게 유지되던 한인주도의 가발산업 유통구조가 무너지는 것이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뉴욕의 어느 기업형 뷰티서플라이가 최근 봉지 머리에 이어 점보 브레이드 헤어까지 공장에서 직접 구매하여 팔더니 이제는 크로셔 브레이드까지 들여와 팔고 있는 상황이다. 그것도 우리 회사 제품 옆에 진열하고 욕보이면서 자체 브랜드 헤어를 집중 홍보하는 현실이다. 도소매의 탄탄했던 공존관계가 깨어지는 결과로 이어질 것 같아 우려스럽다.”

어느 헤어 회사 관계자의 한숨 섞인 우려다.

“동부의 어느 대형 헤어 회사가 여럿 대형 가게를 운영하는 소매업자에게 브레이드 헤어를 공장도 원가로 밀어주고 있다. 공장도 가격으로 구매한 가게는 “Buy 1 Get 1 Free”를 하고도 이윤을 볼 수 있는데, 작은 가게를 운영하는 우리는 어쩌라는 말이냐?  작은 가게들이 모여 공장과 직거래라도 시도해야 버틸 수 있는 상황이다.”

미 중부 어느 소매점 경영인의 걱정스러운 우려다.

“휴먼 헤어라는데 진짜 휴먼 헤어 인지 어떻게 알 수 있겠나? 뷰티서플라이에서 큰 돈을 주고 샀던 Remi 헤어가 다음 주에 가보니 절반값으로 팔고 있었다. 그럼 (가격 보증의 원칙에 따라) 차액을 돌려줘야 하는 것 아닌가?  뷰티서플라이라는 곳은 더 이상 믿을 곳이 못된다. 이제 헤어는 온라인으로 중국에서 직접 사지 않는 한 어느 것도 믿을 수가 없다.”

미용실에서 헤어 익스텐션 서비스를 받고 있던 어느 흑인 소비자의 불만스러운 목소리다.

 

모두가 불만이면?

장사가 모두 안되어 불만이 커지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케미컬 도매업체의 매상도 소폭 늘어난 것으로 보이고, 헤어 회사들의 매출도 작년에 비해서는 조금씩 늘어나거나 작년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니 말이다. 소매점들의 매출도 늘어났다는 말에 무게가 실리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소형 가게들의 경우 현재 잘 팔리는 브레이드 제품을 모두 구비할 수 없다 보니 매출이 떨어지는 현상도 나타나기도 하지만 소매점 매출이 전체적으로는 늘어나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미용실을 매출도 안정적이다. 요즘은 위빙이 대세라서 릴렉서 고객 대신 위빙 고객이 늘어나 수입이 유지되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매출이 안정화를 찾아가는데 왜 모두가 불만일까? 현실보다는 미래에 대한 예측이 불분명하기 때문으로 볼 수도 있다. 소비자-소매점-헤어 회사-공장 모두가 서로의 관계에서 이익보다는 손해를 보고 있다고 생각하기 데에서 불만스럽다. 이 같은 불만은 대부분 오해에서 비롯된 결과로, 서로를 이해시켜 줄 수 있는 대화가 부족해서 나타나는 현상 같다.

공장이 들어왔다

중국의 대형 헤어 공장이 이미 미국 시장에 진출했다. 지금까지는 인터넷 판매를 통해 원거리에서 미국 시장을 공략했다면 이제는 미국 본토에서 정면승부를 펼치고 있다.

체인점이나 프랜차이즈 형태로 직접 소매점을 운영하는 것이 목표다. 물론 영향력을 발휘할 만큼 많은 소매점을 확보할 때까지는 기존 헤어 회사의 눈치도 보아야 한다. 녹록한 도전은 아니다. 그뿐 아니라 기존 소매점들을 대상으로 직 도매를 시도하고 있지만 기대하는 것만큼 싼 가격에 제품을 공급할 수도 없는 입장이다. 한꺼번에 헤어 회사, 소매점, 소비자를 모두 공략해야 하는 부담과 위험부담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이 같은 배경에서 헤어 회사들은 공장 진출을 크게 염려하지 않는 눈치다. 소매점들이 한 번쯤은 시도해 보겠지만 박한 가격 구조상 결국 기존의 헤어 회사로 돌아오게 될 공산이 크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남은 문제는 소매점들이 공장의 진출을 어떻게 대할 것이냐 하는 점이다. 공장의 현실적 구조를 잘못 이해하고 판단했다가는 기존 헤어 회사와의 관계만 소원해지고 결국 공장과의 직거래에서 메리트를 찾지 못해 양쪽 모두를 잃는 상황도 가능하다.

또한 헤어 회사들이 직접 소매점을 여는 빌미만 제공하고 소매점 스스로의 위치를 상실해 버릴 가능성도 있다.  모두가 조심스럽게 판단하고 행동해야 할 때이다. 과유불급이라는 말처럼 자칫 오판할 경우 스스로의 발등을 찍는 결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그렇다고 공장과의 직거래를 무조건 반대할 일도 아니다.

초대형 소매점들의 경우 공장과의 직거래를 통해 점보 브레이드 헤어를 공장도 가격으로 들여와 판매하고 있는데 소형 가게들도 이에 상응한 경쟁력을 갖춰야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일이다. 헤어 회사들의 도움을 받아 방어책을 마련하거나 소매점들 스스로 현실적인 방어책을 마련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기득권자의 권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의 상황에서 자타가 인정하는 한인 기업과 소매점의 기득권이 무색해지는 상황이다. 자율경쟁 체제에서 기득권자의 아성만큼 무서운 게 없다. 이미 산의 정상을 차지한 기득권자는 산 밑에서 힘겹게 올라오는 도전을 편안한 위치에서 방어할 수 있다는 힘을 갖는 게 마땅하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상황은 마치 기득권자들이 산의 정상을 포기하고 산 밑으로 내려가 스스로를 도전하는 기형적인 모양새다. 이 같은 자멸적인 결과를 초래하지 않기 위해서는 먼저 사실을 있는 그대로 정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

현실을 파악하자

휴먼 헤어 제품이나 스타일화된 제품에 대해서는 가격 구조상 공장과의 직거래가 소매점에 실익을 가져다 주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대형 헤어 회사들의 공장 거래는 소매점들의 공장 거래와 판이하게 다르다. 대형 헤어 회사들은 원모를 원모 유통업자로부터 직접 구입하거나 관리하는 힘을 갖고 있다. 공장은 그저 제품을 가공만 해주는 경우도 흔하다. 따라서 공장도 가격의 산출 방식이 소매점과는 크게 다르다는 사실이다.

그뿐 아니라 품질을 균일하게 유지해 줄 수 있는 생산라인의 장악력도 다르다. 헤어 제품은 물의 미세한 온도 차이만으로도 불량품이 발생할 만큼 예민하다. 메이저급 공장의 생산라인은 이미 대형 헤어 회사들이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소매점에 들어오는 제품은 하청업체에서 조잡하게 만드는 제품 일 확률이 크다. 더 큰 문제는 헤어 회사는 제품에 문제가 발생하면 반품이라도 받아주지만 공장은 반품을 받아주거나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중국 공장들 입장에서도 이윤이 박해 반품 대신 거래를 끊는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다는 사실도 알아야 한다.

“공장과 직거래를 하면 헤어 회사의 중간 이익을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라고 오해할 수 있지만 공장 역시 원모 회사에서 헤어를 사와야 한다. 결국 50년 이상의 오랜 세월 동안 헤어 회사는 더 이상 도매업체가 아니다. 이런 사실을 오해하면 잘못된 판단을 내릴 수 있으므로 좀 더 세심하게 사실 여부를 확인해 볼 필요도 있어 보인다.

인조모(Synthetic) 제품은 경우는 휴먼 헤어 제품보다 더 어려운 입장이다. Kaneka 사의 Tierra-II 원사는 현재까지도 공급 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 공장마다 코타가 정해져 기존의 헤어 회사들조차 충분한 양의 원사를 확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소매점에 나누어 줄 수 있는 원사는 난연성 문제가 불분명한 모조 원사들이다. 그나마 Tierra-II 원사의 제품을 주문하려면 원사 도매업체에 웃돈을 주고 사야 하는 실정이다. 그러다 보면 공장도 가격이 헤어 회사의 도매가격과 비슷해진다.

비 난연 원사는 미국 소비자 안전청의 관리를 받고 있다. 잘못된 원사의 제품을 배달 받았다가는 소매점 문까지 닫히는 불 익을 당할 소지도 있어 신중을 기해야 한다.

헤어 회사 리더십 발휘할 때

뷰티서플라이는 평균 2천 평방피트에서 평균 6,000 피트 규모로 늘어났다. 이제는 그마저도 모자라 10만 피트 가게도 오픈되었다. 이런 초대형 소매점들이 앞서서 공장과의 직거래를 시도하고 있다. 작은 규모의 소매점들도 선택의 폭이 좁혀지고 있다. 헤어 회사들의 리더십과 결단력이 이제는 필요해 보인다. 소매점을 위해서라기 보다 헤어 회사 스스로의 미래를 위해 앞장서 주지 않으면 한인 주도의 기득권은 지켜지지 못할 확률이 높다.

소매점들도 더 이상은 기회만 보다가 이익만 취하려는 태도에서 벗어나야 스스로의 기득권을 지켜낼 수 있을 것이다. 그 첫 번째가 거래하는 메이저 헤어 회사에 문제 해결을 위한 리더십을 요구하는 일 부터라 할 수 있다.  <장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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