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인 칼럼] 리더쉽 만큼 중요한 팔로워쉽

장현석

도가 지나치면 화가 된다는 말을 되새긴다. 중용에서 말하는 과유불급이 동양 사상의 기본이다. 반대로 서양인들은 “열정을 가진 자가 꿈을 이룬다”라는 적극적인 사상체계라 할 수 있다.

둘이 음과 양처럼 정반대의 가치를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서양에서 사업을 하는 우리 동양인은 그 중간에서 어떻게 살아가란 말일까? 모든 갈등과 오해가 바로 이 같은 사상적 차이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보인다.

자기주장과 신념이 뚜렷하게 표출되어야 한다는 서양의 땅에서 두리뭉실 자신의 뜻과 목소리를 절제해야 한다는 동양적 가치. 이런 태생적 조건을 갖고 있는 우리 이민자들의 입장이 모순 아닌 모순을 만들어내게 한다.

이 두 가지의 사상은 물과 기름처럼 섞여지지 않는다. 그런 이유에서 돈을 벌고도 떳떳할 수 없거나 존경받지 못하는 결과로 나타날지도 모르겠다. 열심히 일하고 욕먹을 수 있을 것이고, 반대로 잘못한 일로 칭찬을 들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가치나 사상의 차이가 우리 생활 속에 빈번히 나타나면서 한인 이민사회는 미 주류사회 속에서 격리된 별개의 세계로 존재하는것 같다. 사상의 용광로를 바라는 미국 사회에서 샐러드처럼 고유성을 존중해 달라고 외쳐야 할 판이다.

뷰티서플라이는 흑인 소비자가 주체다. 그러면서도 기름 같은 흑인 소비자와 물처럼 섞이 어려운 한인 뷰티산업인들이 업계의 모든 것을 리드하는 다소 억지적인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따라와야 하는 입장이거나 서로 섞이지 않아도 괜찮은 상황에서는 이런 차이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상황이 늘 그렇게 우호적 이지 않다. 지금이 바로 그런 때다.

필자는 요즘 아내가 경영하고 있는 뷰티 스토어에서 뷰티 컨설턴트 명찰을 차고일하고 있다. 여러 대형 가게들 사이에서 아주 작은 가게로 최근 매상이 심하게 떨어져 아내가 긴급 요청해 왔기 때문이다. 문 앞에서 찾아오는 흑인 고객 한 명 한 명에게 인사를 하고 조금 바뀐 가게의 구조와 제품라인을 설명해 준다. 방문 목적을 묻고 제품 상담을 해주고 있다. 스타일링 기법을 중심으로 필요한 제품의 장단점을 말해주고, 고객의 헤어에 맞는 가장 적합한 제품라인을 권해주는 일이다. 거의 모든 고객이 기존에 사용하던 제품보다는 권해주는 제품으로 사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물론 더 많은 돈을 쓰게 된다. 이것은 특별한 서비스가 아니다. 뷰티 스토어로서 당연한 일이다. 그럼에도 고객의 반응이 뜨겁다면 그것은 우리 가게에서 지금까지 고객과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했음을 입증하는 것이다. 물건을 사준 고마운 고객이 오히려 포옹까지 하면서 감사함을 표한다. 우리 가게에서뿐 아니라  “어느 뷰티서플라이에서도 이런 상담은 처음 받아본다”라는 말이 매질처럼 아프게 느껴진다.

문 앞에서부터 손님을 주도하는 것은 열정을 다하는 서양적 가치다. 손님이 도움을 요청할 때까지 조용히 기다리는 것은 동양적 겸손이다. 제품 역시 마찬가지다. 소비자들과 상의해서 만들고, 소비자와 교감할 수 있는 각종 이벤트를 통해 이해의 폭을 좁히면서, 판매의 방식도 소비자와 소통하는 상담 방식이 서양적 가치라면 한인 공급업체와 소매점끼리 조용히 판단하고 소리 없이 나서지 않는 것은 동양적인 가치 일 것이다. 겸손해 보이기는 커녕 오히려 음흉해 보일지도 모르는 차이다.

섞이지 않는 물과 기름을 혼합해주는 것은 양보와 사랑이다. 나의 가치를 앞세우기보다는 상대의 가치를 따르는 실천이다. 훌륭한 리더십도 중요한 덕목이지만 양보하는 팔로어 쉽(Followership)도 그만큼 중요한 미덕이다.   <eonhair@yah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