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할 곳이 있어 얼마나 감사한가

뷰티 스토어의 평범한 직원 유명자씨가 찾은 행복하게 사는법

그녀를 처음 본 순간 당차고 상냥한 모습과 풍겨지는 분위기에서는 분명 가게 사장님이었다. 마침 그녀는 흑인 고객에게 가발을 씌어주고 있었다. 사장님이시냐는 질문에 그녀는 웃으며 “제가 그렇게 돈이 많아 보이세요?”라며 밝게 웃었다. 빌딩을 가진 부자가 아니라도 그저 움직일 몸이 있어 일을 하고 모기지 페이가 가능하니 얼마나 감사한 일이냐며 또 웃었다. 마음이 부자인 유명자 씨는 5년째 이 가게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이다.

그녀는 슬하에 1남 1녀가 있다. 장녀는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고 아들은 학생이다. 두 자녀들이 착하게 자라줘서 항상 감사하다. 어떻게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두 자녀 모두를 훌륭하게 키웠는지 그녀의 남다른 교육관이 궁금하였다.

“아이를 낳는 그날까지 일했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일했기 때문에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없었다. 아이들은 스스로 자랐다. 중간에 두 아이 모두 사춘기가 찾아왔지만 그때만큼은 강하게 훈육했고 고비를 넘겼다. 아이들은 사춘기 시절 어머니의 강한 훈육 덕에 지금의 자신들이 있다며 고마움을 표현한다. 항상 같이 있어주기가 어렵고 이래라저래라 귀 따갑게 말한다고 듣는 것도 아니라 생각한다. 멀리서 지켜보면서 기도했다. 그리고 나누고 베풀었다. 크게 베풀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나눌 수 있는 것과 베풀 수 있는 건) 무엇이 되었던 베풀고 나누었다. 길에서 사람과 눈이 마주치면 웃음을 나누고 반찬을 베풀었다. 소소한 것이라도 아낌없이 나누고 살았더니 사람들이 우리 아이들을 귀여워해 주고 한 번이라도 더 칭찬해 주었다. 아이들이 자연스레 복을 받은 것 같다.”

워낙 밝은 성격에 장사도 잘해서 인지 인근에서 체인식으로 뷰티서플라이 스토어를 여럿 운영하는 회사의 스카우트 제의도 받은 적이 있다. 제시한 수입도 당시 받는 것보다 많았고 경제적으로도 힘든 상황이라 고민이 되었을 법도 하다. 하지만 이미 익숙해진 가계에서 정든 동료들을 떠날 수는 없었다. 근무 환경도 만족하던 터라 수입에 대한 욕심을 떨쳐버릴 수 있었다. 상대 회사 직원이 가게까지 찾아와 설득할 땐 마음이 흔들리기도 했을 것이다.

아무리 돈이 좋다고 하지만 그래도 사람이 우선이고 소속된 직장에 대한 신의가 더 소중하다고 판단했다. 밝은 성격에 손님을 바라보는 그녀의 시선도 따스하기 마찬가지다.

“10년간 뷰티 서플라이 숍에서 종사하면서 다양한 손님을 만나봤지만 흑인 손님이나 남미 손님이나 인종에 따라 손님을 구분하지 않는다. $1손님도 $2손님도 모두가 내 손님이다. 우리 다 같은 인간이고 사람이다.

가끔 바쁠 때 세일즈맨이 와서 시간을 빼앗는 경우도 있지만 갑질 같은 거 안 한다. 열심히 살아보려고 하는 건데 그 사람도 내가 일하고 있는 가게  문 열고 들어온 손님인데 웬 갑질이냐. 일단 저 문 열고 가게 안에 들어오면 다 내 손님이라는 마음으로 맞이한다. 물건을 훔치다가 걸리는 손님도 있고 말도 안 되는 일로 억지 쓰는 이들을 보면 화도 나지만 기도하고 참는다. 화내고 짜증 낸다고 되는 일은 없다. 웃고 참으면 복이 온다.”

유명자 씨는 긴 시간의 인터뷰 내내 웃음을 잃지 않았다. 웃는 모습이 참 좋아 보였다. 더구나 목소리까지 경쾌해 처음 만난 기자까지 금세 편안하게 해주었다. 어쩌면 그런 밝은 성격 때문에 일이 조금은 덜 힘들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당연히 힘들지, 어떻게 힘들지 않겠나. 특히 요즘은 단 하루도 쉬는 날이 없다. 주 5일을 일하고 이틀 쉬는 동안에는 간병을 가야 한다. 하루는 어머니 간병을 가야 하고, 나머지 하루는 고모 간병을 가야 한다. 육체적으로 힘들고 짜증도 나지만 그럴 때도 기도하고 참는다.”

몇 안 되는 직원들이 규모가 큰 뷰티서플라이를 운영하는 일은 쉽지 않다. 매일 같이 손님들과 시름하고 그것도 모자라 재고 정리나 청소까지 하다 보면 몸은 녹초가 되기 일쑤다. 돈만 좇거나 대가만 생각한다면 몇 사람이나 이런 현실에 만족할 수 있을까?

핑크뷰티 스토어 전경
소박함 속에서 행복을 찾는다

일용직 노동자들을 본다. 아침부터 밤까지 일용직 노동자들이 수두룩이 서있다. 그중 어떤 이는 아이와 아내를 고향에 두고 이곳에 와서 하루하루 벌어 돈을 부친다. 또 어떤 이는 이곳에서 가족과 함께 쉽게 다가오지도 않을 것 같은 미국의 꿈을 간직하고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루 종일 서서 일거리를 기다리지만 허탕치고 빈손으로 돌아가야 하는 무거운 어깨도 보았다. 그에 비하면 우리는 얼마나 감사한가.
출근할 곳이 있고 매달 정확한 수입이 있다. 나눌 수 있는 동료들까지 함께한다. 그녀의 말처럼 내 몸 움직여서 노동을 하고 내 힘으로 모기지 페이 할 수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많은 이들이 돈을 좇고 쫓기는 삶을 산다. 돈이나 집의 크기가 성패를 가늠하는 물질주의 세상에 살고 있다. 명품차와 명품 가방이 성공이나 행복의 척도일 수는 없다. 마음이 부자인 유명자씨와의 인터뷰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 유지원 – 임진희 기자>